「대학평가」승복 여부가 열쇠|문교부 교육쇄신 책 왜 나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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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일 발표된 「학교교육 쇄신을 위한 당면시책」은 그동안 교육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대중 요법으로 대처해온 문교부가 교육전반에 걸쳐 종합적인 개혁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고 교육발전을 이룩하겠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방안은 초·중등교육 시책은 교육의 수월성을 추구, 개인의 적성과 능력에 적합한 교육을 실시하고 낙후된 교육시설을 현대화하며 교원의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교원의 지위를 향상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고있다.
특히 대학교육 시책은 그동안 교육개혁심의회 등에서 논의돼 온 대학평가 인정제도를 도입, 대학을 방임에 가까운 자율로부터 평가의 대상으로 바꿔 부단히 자기혁신을 하는 대학은 계속 지원하고 발전시키겠다는 대학정책 방향을 분명히 해 관심을 끈다.
대학평가 인정제도는 대학이 교육소비자인 학생·학부모·사회 등에 대해 사명을 다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대학을 등급화 하는 제도로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돼 있다.
미국의 경우 전국을 6개 지역으로 나누어 각 지역 소재 대학의 질을 평가, 인정해주는 역할을 담당해주는 기구가 있어 신설대학의 교수진과 시설을 평가해 대학으로서의 자격을 인정해주고 기존 회원대학을 5년, 10년 단위로 평가한다.
영국에서는 65년부터 대학이외 고등교육기관의 학위를 관리·평가하는 전국 학위심의회가 설치, 운영되고 있다.
문교부는 이 제도도입은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켜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국가와 사회,각 대학의 발전을 도모하며 궁극적으로는 학생에게 최대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문교부의 이 같은 설명이나 의도에도 불구, 평가제도 자체가 생소한 우리나라의 경우 각 대학이 질과 실력을 평가받은 뒤 그 결과에 얼마나 승복할지는 미지수다. 아무리 객관적인 평가도 주관적인 흔적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의 생성·발전이 선진국과는 다른 풍토 속에서 이루어져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자칫 거의 비슷한 생성과 발전과정을 거쳐온 대학끼리 다른 평가를 받게될 때 낮은 평가를 받은 대학은 그 이유를 대학교육 외적인데서 찾으려할 위험이 없지 않다. 대학운영에 학생파워가 크게 작용하는 현실에서 특히 사립대학의 경우 정부가 미워하고 못마땅해 하는 대학을 탄압한다는 반발을 살 우려를 얼마나 해소하느냐에 따라 이제 도의 성패를 가름하게 될 것이다.
전국 4년제 대학 총·학장들의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82년부터 5년에 한번씩 대학 스스로 평가를 하는 자체분석 연구평가, 서면에 의한 평가, 평가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현지방문 평가를 곁들인 종합적인 평가를 해오면서도 그 결과를 일반화, 공개하거나 특정대학의 질을 거론하지 못해왔을 뿐만 아니라 행정에 전혀 활용하지 못해온 것도 그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교육여건을 평가하고도 그 결과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현행 대학평가 사업을 정원정책·재정지원 등과 관련시키려는 문교부의 방침은 평가의 객관성, 대학의 자발적인 협조와 교육여건 개선의지, 그리고 승복하려는 자세 정립이 급선무라 하겠다.
이번 대학시책에는 현재의 백화점식 대학운영 형태를 지양, 대학별로 수 개 분야를 중점 육성해 대학마다 특색 있는 학문성향과 학풍을 확립하겠다는 내용도 담고 있는데 이는 7O년대에 시도됐던 특성화대학의 육성 실패에서 보듯 인력수요 예측이나 우리교육 풍토를 어떻게 개선하느냐에 성패가 결정될 수 있는 것이지 행정지시로 성공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다.
어떻든 이번 문교부의 학교교육 쇄신방안은 전교조사태로 노출된 초-중등교육문제에 교사의 교육행정 참여확대·교장임기 제 및 교육여건개선 투자확대·교원처우 개선이라는, 만성적인 중병을 앓고있는 대학교육에 평가인정제도 도입과 대학의 특성화·독학에 의한 학위인정제도도입·그리고 전문대 정원의 대폭증원·대입제도 개선이라는 해답을 내놓은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이 지금까지 문교부가 반복해온 「임기응변」이란 지적을 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외적인 바람을 막고 이 같은 오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세부적인 실천방안을 내놓는 일이 남은 셈이다. <도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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