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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교체’효과 노리는 한국, 외교부 국장 뉴욕 앞서 일본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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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 뒤편으로 고노 다로 전 일본 외상이 보인다. [연합=EPA]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 뒤편으로 고노 다로 전 일본 외상이 보인다. [연합=EPA]

한국이 일본의 ‘9.11 개각’을 비롯한 일본 외상 교체를 계기로 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에 따라 오는 유엔총회 때 강경화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신임 일본 외상의 한ㆍ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릴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일본 외무성에서 한·일 국장급 협의 개최 #"신임 모테기 외상에 강경화 축하 메시지도 전달" #"한국 대화 시그널 보내는데 일본 잘 안 움직여"

외교부는 19일 “김정한 외교부 아태국장이 20일 오전 신임 카운터파트인 다키자키 시게키(滝崎成樹) 일본 외무성 신임 아시아대양주국장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일 국장급 협의를 개최해 양국 간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한다는 명목이지만,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장관회담의 성사 여부, 의제 조율을 하기 위한 성격이 크다.

 먼저 움직인 한국, 뜨뜻미지근한 일본

모테기 도시미쓰 외상.[AP=연합뉴스]

모테기 도시미쓰 외상.[AP=연합뉴스]

외교부는 한·일 국장급 협의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면서 통상 일본 외무성 등으로 알렸던 장소를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달 말 한·일 국장급 협의를 서울에서 개최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김 국장이 일본을 방문할 차례이긴 하지만, 장관의 축하 메시지에 이어 국장급 방문까지 일본보다는 한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양새에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실수로 빠진 것이고 의도가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신임 다키자키 국장이 방한하는 대신 한국 당국자가 방일하는 것이 관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소식통은 “보통 신임 국장이 부임하면 상대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올해 5월 말 부임한 김 국장도 6월 첫째주에 일본으로 가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국장과 상견례 겸 국장급 협의를 했다. 다키자키 국장이 먼저 움직이지 않는 것은 그만큼 일본이 대화에 소극적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강 장관은 앞서 이달 11일 취임한 모테기 외상에게 취임 축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는 2017년 8월 3일 전임 고노 다로 외무상이 취임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시 외교부는 정례브리핑을 통해 “한ㆍ일 간 미래지향적이고 성숙한 협력동반자 관계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내고, 강 장관이 당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대사를 불러 축하 메시지도 직접 전했다.

축하 메시지 전달은 통상 해왔던 절차지만, 이번의 경우 다음주 유엔총회에서의 회담을 염두에 둔 조치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후 일본 쪽에서 먼저 장관 회담 등을 제안해오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한국 측은 메시지를 보낸 이상 일본이 유엔 장관회담 개최 등에 화답하길 바라는 분위기였지만, 생각만큼 잘 안 풀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도 "대화하라" 압박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뉴스1]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뉴스1]

이처럼 일본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미국도 대화에 나서라고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장관은 16일(현지시간) 취임 축하 인사 차 모테기 외상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한ㆍ일 간 건설적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18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공개적으로는 보이지 않을지라도 미국이 (한ㆍ일 갈등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양측의 우려에 대처하기 위해 카운터파트들과 상당한 시간을 들여 협력하고 있다”며 양국 간 대화를 통한 해결을 압박하는 메시지를 냈다.

모테기 외상도 한국과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큰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총리 관저의 강경한 뜻을 거스르기 힘들 것이란 말도 나온다.

모테기 외상은 취임 직후인 11일 기자회견에서 “적극적일지 어떨지는 별도로 하고 의사소통은 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18일 NHK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국제법을 먼저 위반했다”며 “한시라도 빨리 시정할 것을 강하게 요구해갈 것”이라는 외무성의 기본 입장을 되풀이했다.

뿐만 아니라 18일 0시부터 시행된 한국의 일본에 대한 화이트국가 배제 조치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전날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꽁꽁 얼어붙은 양국 관계가 아직까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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