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 '칼바람' 다시 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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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은 지난달 23~26일 과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26일까지 대상 인원 2천8백명의 11.6%인 3백25명이 신청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신청기간을 2일까지로 연장했다. 회사 측도 인원 감축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직원들도 "생각할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명예퇴직자에게 퇴직금과 별도로 2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위로금과 퇴직 후 3년간 자녀 학비를 준다.

외환위기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기업의 명예퇴직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경제 침체가 지속되자 이에 맞게 몸집을 줄여보자는 움직임인 셈이다. 또 신규채용 여력을 늘리고 평균 연령을 낮춰 조직을 젊게 하자는 의도도 있다.

삼성.KT.포스코 등 우량 기업들까지 나서고 있다. KT는 지난 1일자로 입사 15년 이상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중 5천5백명에 대한 특별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전 직원의 12.6%를 일시에 줄인 것이다. 한 기업이 한 회에 실시한 인력 축소로는 최대 규모다.

KT 관계자는 "기업의 효율성을 크게 높이고 주주의 이익을 끌어올리는 차원에서 대대적인 인력 줄이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명예퇴직 신청을 받기 전에 노조도 "기업 가치를 올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노사 모두에 이익"이라는 데 공감해 노사 합의가 이뤄졌다.

포스코는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상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포스코는 퇴직금 이외에 기준임금의 5~45개월치를 더 주고 있으며, 퇴직 1년 전에 미리 신청받은 뒤 1년간 월급을 주면서 퇴직 이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한 2000년 5월 이후 지금까지 계열사 전체에서 2백여명이 명퇴했다.

삼성전자는 애프터서비스 부문 등의 구조조정을 하고 있으며, 삼성코닝도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도 최근 2백명을 명예퇴직시켰다.

은행 등 금융권에도 명퇴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달 중 고액 급여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신청자에 대한 지원을 늘린다는 차원에서 최고 1년6개월치의 기본급을 퇴직금에 얹어주기로 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1백~2백명이 신청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경제단체도 마찬가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희망퇴직을 통해 1백30여명이던 임직원을 1백여명으로 줄였다. 전경련 관계자는 "설립 후 이런 식의 대규모 인원 감축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상수 상무는 "기업들이 심각한 불황이라는 생각에 이를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체질을 만들려고 대규모 감원에 나선다"면서 "명예퇴직이 늘면 고용시장의 부담이 증가하는 만큼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고용을 늘리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국팀.경제부.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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