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노후준비 5년 설계] 금융위기 걱정에 앞날이 불안하다고? 노후자금 일부 달러 자산에 투자도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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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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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가장 고통을 받은 건 다름아닌 노후생활자였다. 시장 폭락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노후자금의 상당부분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나이가 젊다면 자산의 손실을 만회할 가능성이 있고 수입도 있기 때문에 그럭 저럭 버틸 수 있다. 은퇴자는 돈 벌 기회가 적고 인생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급함 탓에 자산 손실의 괴로움이 젊은 사람보다 두세 배 정도 컸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위기에도 한켠에선 큰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미국 달러를 보유한 사람, 혹은 수출을 하고 그 대금을 달러로 받은 회사들이었다. 치솟는 원화 환율 덕분에 가만히 앉아서 짭짤한 환차익을 누렸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주목해야 할 것은 달러 자산의 중요성이다.

기축통화인 달러 자산은 외부의 충격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해 리스크 관리가 저절로 되게 한다. 이는 장기적인 자산관리가 필요한 노후설계 관점에서 더 중요하다. 앞으로 수십 년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렇다면 달러 자산을 자산 목록에 포함시키는 것이 좋지 않을까.

요즘 자산가들은 달러 자산을 투자보다는 보유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8년 12월말 국내 거주자 달러예금 잔액은 633억달러로 2013년말 263억달러 대비 약 2.5배 증가했다. 달러 자산 투자는 환율 변동 부분만 부각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보유 자산의 일부를 달러로 가지고 있다면 환율변동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달러 투자 대상으론 달러 RP(환매조건부채권), 국내 기업의 달러 채권, 미국 채권, 미국 주식 등이 있지만 ‘환노출 상품(UH)’를 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환노출은 환율변동에 대해 헤지를 걸지 않는 기법으로 우리나라 원화와 같이 환율 상승이 점쳐질 때 유리하다. 한 글로벌 채권형 펀드는 환헤지를 한 경우 최근 6개월 수익률이 연 2%에 불과했지만 환노출 상품은 11%에 달했다.

서명수 객원기자 seo.myo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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