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문환 평축준위장 일문일답|「정책실」은 배후 아닌 하부조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평양축전행사와 관련,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공안당국에 의해 1백18일째 수배를 받고있는 평축준비위원장 전문환군(22·서강대)은 오랜 도피생활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모습이었다. 4일 오전7시부터 1시간 가까이 경희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군은『당초 임종석전대협의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지만 사정상 혼자 나왔다』며『정부가 전대협의 임대표 파북이 국외반한단체 등에 의해 지령을 받아 이뤄졌다는 등 잘못되고 있는 오해를 씻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전군과의 일문일답.
-임수경양은 어떤 선발과정을 거쳤나.
▲지난 5월 정부와 학생대표 파북에 대해 협상을 벌이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 내가 박종열정책실의장에게 비밀리에 대표 한사람을 물색하라고 지시했다.
6월10일 국민대회가 무산되고 17일 통일원장관이 공식적으로 학생들의 평축 참가를 불허한 뒤 임의장과 임양을 보내기로 최종 결정했다. 당시 용인·성남정책실위원이던 임양을 박정책실장이 선발했다. 임양이 시위전력이 없고 남학생들처럼 병역의무 제한에도 걸리지 않아 유리했다.
-몇번이나 만났고 당초부터 1명만 보낼 예정이었나.
▲위험부담 때문에 여러 사람을 보낼 수 없어 해외동포와 외국유학생들에게 모두 평축에 참가하라고 했다. 원래 임양만을 보낼 생각이었고 임양 접촉은 모두 박정책실장이 맡아 우리(임·전)에게 보고했다. 임양은 임의장과 함께 일본에 가기 전날 만났다.
-어떤 루트를 거치려했나.
▲일단 일본에 보내놓고 보자는 것이었다. 임양이 6월21일 출국한 뒤 문익환목사처럼 북경을 거쳐 방북하는 방법을 생각했었으나 어렵다는 말을 듣고 박정책실장이 비엔나회의 초청단체 중 서민추협을 골라 방북을 도와달라고 전화했다.
서민추협에서 승낙이 온 뒤 추가로 임양에게 돈을 보내고 서민추협과 접촉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당초부터 지령을 받고 움직였다면 위험부담이 큰 일본에서 임양이 일주일씩이나 머물렀을 이유가 없다. 정부발표는 결과만을 놓고 거꾸로 꿰맞춘 것이다.
-전대협정책실과 박종열군에 대해서는.
▲평축준비위원회 산하에 평축준비정책실이 있다. 박군은 지난 4월22일 축전준비위가 정식으로 발족하면서 준비위원들로부터 공식적으로 대표로 인정된 사람이지 결코 배후인물이거나 신비에 싸인 인물이 아니다.
박군은 전대협산하 서부지구에 함께 소속돼있어 자주 만났고 일을 분담하기 위해 임양 선발을 맡긴 것이지 박군이 결정권을 가진 것은 없었다.
-국민들 사이에선 학생들의 통일논의가 무분별하고 오히려 통일을 막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국민들의 레드콤플렉스를 이용한 정부의 공세에 상당히 밀린 점도 있다. 또 전대협이 민중운동부분을 도외시하고 환상적인 통일만 주장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겸허히 받아들이려 한다.
-언제부터 수배를 받아왔고 어떻게 숨어 다녔나.
▲지난 5월9일부터 그러니까 1백18일째 수배중이다. 나와 임의장이 붙잡히지 않는 것은 그만큼 전대협의 힘이 커졌고 성숙해졌다는 증거다. 전대협이 흔들리고있다는 일부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오늘 기자 회견한 내용은 앞으로 각 대학 대자보를 통해 전달하겠다.
-신변정리는 언제 할 것인가.
▲안한다. 과거처럼 자진해 당국에 잡혀가는 것은 백만학도에 대한 배반이다.「망명지도부」로도 충분히 학생운동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 비록 지금은 학우들과 직접 접촉하지 못하지만 공안정국이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10월부터는 공개집회에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