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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문부상, 아베 정권 비판적 댓글 단 고교생에게 “위법”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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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야마 마사히코 문부과학상. [로이터=연합뉴스]

시바야마 마사히코 문부과학상.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의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인 시바야마 마사히코(柴山昌彦) 문부과학상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아베 정권에 비판적인 댓글을 단 고등학생과 교사에게 ‘위법’이라고 경고해 일본사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 "현직 문부상이 관련법 곡해, 정치적 발언" 비판

10일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시바야마 문부상이 9일 트위터에 내년도 대학입시에 도입하는 영어민간검정시험과 관련한 내용의 글을 올린 게 발단이다. 이 글에 고교생과 사립고 교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잇따라 반대 의견의 댓글을 달았다.

고교생은 “내가 다니는 학교에선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때도 점심시간에 정치 이야기를 했는데, 스스로 진지하게 생각해 투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눴다)”면서 “물론 지금 정권의 문제는 많이 말했다”고 썼다. 사립고 교사는 “다음 선거에서 이런 정책을 펴는 아베 정권에 절대 투표하지 않도록 주위 고교생 여러분에게 선전해 달라”고 적었다.

이런 댓글을 본 시바야마 문부상은 “이런 행위가 적절하냐?”라면서 “미성년자의 선거운동은 금지돼 있다”고 반박했다. 한마디로 고교생들이 투표와 관련해 의견을 나누는 행위 자체가 위법하다는 의미였다. 또 교사에 대해선 교원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일본 공직선거법 위반을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기 여배우 히로세 스즈를 모델로 한 일본의 18세 투표 독려 포스터. [총무성 홈페이지 캡처]

인기 여배우 히로세 스즈를 모델로 한 일본의 18세 투표 독려 포스터. [총무성 홈페이지 캡처]

이 같은 소셜미디어(SNS) 논쟁이 화제가 되자 시바야마 문부상은 언론에 “학생이 시사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에 어떤 이론도 없다”면서도 “하지만 미성년자의 당파색을 좇는 선거운동은 법률상 금지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직 문부상이 관련 법조문을 곡해하고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교육학회 회장인 히로타 테루유키(広田照幸) 니혼대 교수는 마이니치에 “교사와 고교생 댓글 어디에도 법률 위반 요건을 충족하는 내용은 없다”며 “(문부상이) 이런 것에 가볍게 발언하는 것은 젊은층의 정치참여나 교육현장에 위축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거법 전문가인 가타기 준(片木淳) 변호사도 “18세 선거의 시작과 함께 정치를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는 ‘주권자 교육’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데, 문부성 톱이 위축을 초래할 지도 모르는 발언을 하는 것은 도대체 뭔가”라고 신문에 피력했다.

자민당이 지난 여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7인의 사무라이'에서 모티브를 따온 홍보 일러스트를 발표했다. 자민당은 한 가운데 캐릭터가 아베 신조 총리라고 설명했다. [자민당 홈페이지 캡처]

자민당이 지난 여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7인의 사무라이'에서 모티브를 따온 홍보 일러스트를 발표했다. 자민당은 한 가운데 캐릭터가 아베 신조 총리라고 설명했다. [자민당 홈페이지 캡처]

자민당은 2015년 선거 연령이 만 20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지면서 10대들의 표심을 집중 공략해왔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10대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왔다. 지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는 아베 총리를 사무라이로 묘사한 홍보 일러스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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