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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을 대로 익었네”…폭언·성희롱한 교수 파면 요구하는 학생들

중앙일보

입력

"이게 대학에서 교수가 할 수 있는 행동입니까?"

삼육대 동물생명자원학과 학생 10여명은 지난 2일 대학별 인터넷 커뮤니티 '삼육대 에브리타임'에 5쪽에 달하는 호소문을 올렸다. 이들은 동물생명자원학과 교수 A씨가 수년간 같은 학과 제자들을 폭언·성희롱 등으로 괴롭혀 왔다며 A 교수를 파면하고 "신고 사건을 미흡하게 처리한 모든 관계자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징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육대. [연합뉴스]

삼육대. [연합뉴스]

학생들은 A씨가 2015년 무렵부터 폭언을 시작했다고 기억했다. 학생들에 따르면 2015년 전공 수업시간, A씨는 난소에 관해 설명하다 여학생들을 가리켜 "익을 대로 익었다"고 말했다. 2016년에도 전공 수업시간에 남학생을 향해 "쟤 정자는 비실비실할 거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운동 좀 해라. 배가 그게 뭐냐" "(주먹을 쥐어 보라고 하며) 그게 네 난소 크기다"라는 등 경우를 가리지 않은 폭언과 성희롱이 이어졌다.

학생들에 따르면 이 같은 괴롭힘은 최근까지도 계속됐다. 지난해 9월에는 수업을 하던 A씨가 첫인상의 중요성을 설교하며 학생 B(21)씨의 머리채를 잡아 올리고 "너처럼 머리카락으로 이마를 가리고 있으면 사람이 갑갑하고 멍청해 보인다"고도 했다. 이에 피해 학생 10여명은 이에 지난해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A 교수를 교내 양성평등센터에 신고했다.

"권고 조치 모두 이행" vs. "허울뿐인 조치" 

이후 삼육대 측은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A씨에게 ▶전체 학생들에 대한 공개 사과 ▶성폭력 예방 교육 및 교수법 개선 교육 이수 ▶재발 방지 서약서 제출 등을 권고했다. 학교 관계자는 “이후 A씨는 2018년 1학기부터 같은 해 여름방학에 거쳐 권고 사항을 모두 이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학생들은 “실속 없는 허울뿐인 조치”였다며 “지난 9월 이뤄진 공개 사과에는 오직 학생 10명만 참석했다. 같은 해 12월 재발방지서약서를 쓴 이후에도 A교수는 한 신고 학생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나는 너희 선배들 엉덩이를 뻥뻥 차면서 살아온 사람이다’ ‘제자에게 뒤통수를 얻어맞고 쪽팔려 죽겠다’는 등의 말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학생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반박했다.

삼육대. [중앙포토]

삼육대. [중앙포토]

학생들이 재차 문제를 제기하자 A교수는 지난달 29일 전체 학생들에 대해 다시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이번에는 전체 학생 240명 중 30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피해자들에게 일체의 동의나 논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행한 사과다. 피해자들은 조율이나 참여 요청을 위한 연락도 한 건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하루 전쯤 공개 사과 일정을 학과 홈페이지와 학과 단톡방에 공지했다. 연락을 받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학생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학교 측의 대응이 미흡함을 지적하며 “학교는 피해자를 온전히 보호하지도, 피해자들이 완벽히 납득할 만한 대처를 가해자에게 취하지 못했다. A교수는 이런 맹점에 숨어 학생들의 수업권을 난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학교 관계자는 “학교 측이 권고한 조치를 A씨가 이행한 뒤 같은 문제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며 "내부 고충처리위원회에서 A씨의 교수법에 대한 지적이 있었고, A씨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고 말했다.

인권위 조사에 달린 향방 

학생들은 지난 5월과 6월 A씨에 대한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와 교육부에 제출했다. 삼육대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된 사건에 대해 인권위에 답변을 보내며 내부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권위에서 권고사항이 나오면 그대로 이행할 방침”이라고 답했다. 삼육대 측은 피해자인 학생들과 교수를 분리하기 위해 지난 3일 오후 A씨를 보직 해임하고 강의에서 배제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최근 삼육대를 방문해 현장 조사를 진행하는 등 조사가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A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조사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겠다”고 답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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