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누신·류허, 무역협상 내달초 워싱턴서 재개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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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과 중국이 2개월여 만에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중국 상무부는 5일 “미·중 고위급 협상단이 10월 초 워싱턴에서 무역 협상을 열기로 합의했다”며 류허 중국 부총리와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날 전화 통화에서 결정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친구 데인스·퍼듀 상원의원 #중국 보내 류허와 면담 사전 조율 #미 “시장개방 확대” 중 “관세 철폐” #“대선 전 타결 힘들 것” 전망 우세

USTR도 성명에서 이를 확인하고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한 기초 작업을 위해 9월 중순 양측 실무진이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CCTV는 중산(鍾山) 상무부장과 이강(易綱) 인민은행장, 닝지저(寧吉喆)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차관)이 통화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미·중 무역 협상과 관련해 중국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최고위층이 한꺼번에 참여한 것은 이례적이다. 협상은 양측이 성의를 보이며 성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연일 중국을 향해 협상장에 나오라고 압박하면서도 중국의 요청에 따라 자신의 친구인 스티브 데인스 공화당 상원의원(몬태나주)과 데이비드 퍼듀 상원의원(조지아주)을 이달 초 중국으로 보냈다. 이들은 2일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왕천 부위원장을, 3일엔 류허 부총리를 만났다.

양측을 협상장으로 나오게 한 건 내상을 입은 양국 경제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 1분기 3.1%에서 2분기 2%로 뚝 떨어졌다. 중국은 2분기에 6.2% 성장해 1992년 이후 가장 낮은 분기 성장률을 기록했다. 위안화 가치는 11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내년 중국 성장률이 6%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다.

미국은 중국에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를 대량 구매해 줄 것과 지식재산권 보호, 시장 개방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모든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미국산 상품 구매 시기·방법을 결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비관적 전망이 대세다. “내년 11월 미 대선 때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4일 씨티은행) 등이다. 지난 1일 미국은 중국산 상품 약 1100억 달러 규모에 15% 관세를 새로 매기기 시작했고, 중국은 미국산 자동차에 25%, 750억 달러 규모 수입품에 10%, 5%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은 10월 1일부터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현재 25%에서 30%로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워싱턴·베이징=박현영·신경진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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