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기업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초라한 성적표다. 해외에 나간 기업이 돌아오도록 하겠다며 정부가 각종 지원책을 내건 게 2013년 말이다. 일자리 늘리기 정책의 하나였다. 그리고 5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정작 유턴한 기업은 한 해 평균 10곳에 불과했다. 어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발표한 내용이다. 지난해 한 해에만 886개 기업이 유턴한 미국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수치다. 일본도 유턴 기업이 한 해 700여 개에 이른다. 대략 한국의 70~90배다. 경제 규모 차이 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격차다.

비단 유턴 기업만 드문 게 아니다. 지금 국내 설비투자는 빙하기 수준이다. 그 여파로 제조업 일자리는 16개월 연속 줄었다. 그런 한편에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봇물 터지듯 하고 있다. 올해 들어 해외 투자는 지난해보다 45% 증가했다. 반대로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거의 반 토막 났다. 우리 기업들은 보따리 싸들고 나가고, 외국 기업은 한국에 들어오기를 꺼리는 현실이다.

이유는 자명하다. 기업하기 힘든 여건 때문이다. 소득주도 성장과 융통성이 부족한 주 52시간 근로제는 인건비 부담을 잔뜩 올려놓았다. 글로벌 금융회사인 UBS가 발표한 노동 유연성 순위는 미국이 4위, 한국 83위다. 신산업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표현대로 규제의 정글에 갇혔다. 법인세 또한 올랐다. 법인세율을 낮추고, ‘규제 하나를 도입하려면 두 개를 철폐한다’는 정책(Two for One Rule)을 추진한 미국과는 정반대다. 여기에 반기업 정서는 가실 줄 모른다. 일본이 불산 수출을 규제해 반도체 산업이 흔들릴 위기에 처했을 때, 정치인들은 “기술개발에 게을렀다”고 국내 기업을 을러댔다. 환경 규제 때문에 손대지 못했던 현실에는 눈을 질끈 감았다. 반기업 정서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언사다. 이래서야 기업들이 적극 투자에 나설 리 없다.

한국과 180도 다른 길을 간 미국은 지금 50년래 최고의 고용 호황을 맞이했다. 노동유연성을 강화한 프랑스는 투자가 늘어 실업률이 금융위기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럽의 병자’였던 프랑스가 건강의 상징이 됐다”고 블룸버그가 평가할 정도다. 미국과 프랑스는 이렇게 기업의 경제·사회적 비용을 줄임으로써 이익을 좇는 투자 본능을 자극했다. 그런 정책의 밑바탕에는 ‘누가 뭐래도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확고한 인식이 서려 있다. 친노조·반기업 일변도인 우리 정부가 새겨 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