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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섬에 북한군 있다?…서해 함박도의 진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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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함박도를 둘러싼 남·북 관할권 논란에 국방부 당국자가 1일 “함박도는 정전협정 이후 북한 관할지역에 속해왔다”고 밝혔다. 기록 상으로 한국 행정주소가 부여된 함박도에 북한군 시설이 있는데 대해서다.

군, 한국 행정주소 부여된 건 단순 오류 #"정전협정 당시 NLL 북쪽의 북한 관할 섬" #국민 원하는 건 '설명' 아닌 군 '안보 태세'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이 2015년부터 함박도를 비롯, 관할하는 인근 무인도에 감시초소를 세워 레이더 기지로 삼고 있다는 점은 이미 파악된 사실”이라며 “해안포 문이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지만 군은 북한이 이곳에 감시소를 설치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함박도에 북한군의 해안포 문과 인공기 등이 설치돼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다. 해안포 등 군사시설을 만들었다면 서해북방한계선(NLL) 일대 해역에서 포문을 폐쇄하기로 했던 9ㆍ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다. 이 관계자는 “금세 초토화될 수 있는 작은 무인도에 해안포를 설치하는 건 전술적 의미가 크지 않다”며 “현재까지는 북한이 감시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레이더 기지 등의 초소를 운용한다고 보고 있으므로 9ㆍ19 남북 군사합의와 무관한 시설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함박도 등기부등본에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이라는 한국 행정 주소가 명시돼있다. [사진 대한민국 법원 인터넷등기소]

함박도 등기부등본에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이라는 한국 행정 주소가 명시돼있다. [사진 대한민국 법원 인터넷등기소]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함박도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라는 주소로 대한민국 산림청이 소유하고 있다고 표기돼 있다. 이같은 기록으로 보면 한국 관할인 함박도를 북한이 무단 점거하고 있는 게 된다. 또 함박도는 서해 5도 중 가장 작은 섬인 우도와는 8㎞ 거리에 불과하고, 썰물 때는 두 섬이 갯벌로 연결돼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인근 주민들이 조개 채취를 하러 섬 사이를 오갔다고 한다.

그런데 군 당국의 설명은 다르다. 국방부 당국자는 ”함박도는 정전협정 이후부터 줄곧 북한 관할 지역에 해당했다”고 밝혔다. 1953년 정전 직후 클라크 당시 유엔군사령관이 설정한 서해 NLL 좌표에 따르면 1만9971㎡(6000평) 크기의 섬 함박도는 NLL 북쪽에 속해 있다. 군 당국은 함박도와 최단거리에 있는 NLL 좌표 2개를 공개해 함박도가 NLL 북쪽에 있다는 점을 앞서 밝혔다. 국방부는 12개로 구성된 NLL 좌표는 기밀 사안이라 모두 보여줄 순 없지만 함박도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일부 좌표를 공개했다.

네이버 지도에선 함박도가 서해 NLL 이남 한국 관할 지역으로 표기돼있다. [네이버지도 캡처]

네이버 지도에선 함박도가 서해 NLL 이남 한국 관할 지역으로 표기돼있다. [네이버지도 캡처]

이런 사실은 정전협정 당시 남북 관할권을 규정한 첨부지도에도 나와 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미국 국립기록물보관소에 보관돼있는 해당 지도는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계선 북쪽과 서쪽에 있는 모든 섬 중에서 하기한 다섯 도서 군들을 제외한 기타 모든 섬들은 조선인민군최고사령관과 중국인민지원군사령원의 군사 통제 하에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백령도ㆍ대청도ㆍ소청도ㆍ연평도ㆍ우도 등 면적과 전략적 중요성이 큰 5개 섬을 제외하고 함박도 등 도계선의 북쪽과 서쪽의 섬을 모두 북한에 넘겼다는 내용이다. 군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함박도는 정전협정 이후 한 번도 한국이 관할권으로 둔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함박도에 한국 행정 주소가 부여된 것은 단순한 행정 오류라는 입장이다. 함박도가 문서상 강화군 소속 도서로 인정된 건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8년 ‘미등록도서 및 비정 위치도서 등록사업’때다. 당시 무인도로 미등록 상태였던 함박도를 강화군이 군청 소속 도서로 등록한 것으로 국방부는 추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지 주민과 국민이 군으로부터 듣고 싶어하는 건 ‘함박도=북한 땅’이라는 정전협정 규정에 대한 설명 만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많다. 국민이 진짜 원하는 건 뭐가 됐건 나라와 국민은 어떤 경우에도 지키겠다는 군의 안보 태세라는 지적이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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