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개인 비리 의혹에 집중”…막판 구호 조율한 고려대 총학

중앙일보

입력

고려대 학생들이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입학 비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우상조 기자

고려대 학생들이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입학 비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우상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고려대학교 2차 집회 주제와 구호가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끝에 확정됐다.

30일 집회를 예고한 고려대 총학생회는 이날 오전 2시쯤 “진상규명 요구하는 목소리에 응답하라”“함성소리 왜곡하는 진영논리 배격한다”는 집회 구호를 공식 SNS에 공지했다. 집회 당일 이른 오전에야 공지를 한 것에 대해서는 “기존 구호 중 하나를 삭제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느라 늦어졌다”며 사과했다.

총학은 최초 공지한 3개의 구호 중 “투명하고 정의로운 교육입시 촉구한다”는 구호를 삭제했다. 조 후보자 딸의 입시 비리 검증에 초점을 맞춘 1차 집회와 다르게 총학이 요구사항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학생들의 비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여권이 요구하는 내용과 똑같은 거 아니냐’ ‘개인 비리 문제에 집중하려는데 왜 물타기를 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고려대 2차 집회 포스터. 원래 ’투명하고 정의로운 교육입시 촉구한다“라는 구호가 포함돼있었으나 총학은 30일 오전 이를 삭제한다고 발표했다. [사진 고려대 총학생회 시너지 페이스북]

고려대 2차 집회 포스터. 원래 ’투명하고 정의로운 교육입시 촉구한다“라는 구호가 포함돼있었으나 총학은 30일 오전 이를 삭제한다고 발표했다. [사진 고려대 총학생회 시너지 페이스북]

공지에는 이번 집회에서 지킬 ‘7대 핵심가치’도 포함됐다.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집회 ▶진영논리에서 벗어난 보편적 가치 지향 ▶학생들의 정당한 분노 대변 ▶교내 집회 지향 등이다. 계속되는 ‘정치 세력과의 연계’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학생들의 자유 발언 또한 이 핵심가치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만 가능하다.

'정치색 배제' 노력…학생증 검사 강화 예정

이번 집회에서 학생들이 극도로 경계하는 것은 ‘특정 정치 세력과 엮이는 것’이다. 진보ㆍ보수 세력 모두에게 이용당하지 않고 ‘조 후보자 딸의 입시 비리 의혹 진상 규명’에만 촛점을 맞추자는 의도다. 지난 1차 집회 집행부가 결성될 때부터 끊임없이 비(非) 총학 주최자에게는 ‘보수 세력과 연계된 게 아니냐’는 검증을, 총학에게는 ‘진보 세력과 결탁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며 집회의 선명성을 유지해왔다. 지난 23일 집회 당일에도 집행부는 거듭 “이번 집회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집회가 아니”라며 집회에 정치색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열릴 집회에서도 학생증 및 재학ㆍ졸업증명서 등을 확인한 후 고려대 구성원으로 확인된 인원만 집회 장소로 들여보낼 방침이다.

고려대, 서울대 이어 부산대에서도 촛불

서울대 총학생회가 28일 오후 서울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학생회관 앞 아크로광장에서 '제2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를 열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서울대 총학생회가 28일 오후 서울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학생회관 앞 아크로광장에서 '제2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를 열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총학은 오후 6시 고려대 중앙광장에서 ‘고대인의 함성-입시비리 의혹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두 번째 움직임’ 집회를 연다. 지난 23일 열린 첫 집회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모임으로 열렸지만, 총학이 이를 이어받겠다고 밝히면서 주최를 하게 됐다. 지난 23일 1차 집회 이후, 고려대에서는 총학이 이번 사태 대응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이에 고려대 총학은 지난 26일 “첫 집회를 주최한 집행부의 ‘부정 입학 의혹 진상규명 촉구’ 방침을 이어받고, 두 번째 집회를 주도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조 후보자 딸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대학가는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 후보자 딸이 대학원생으로 적을 둔 서울대는 지난 28일 교내 아크로 광장에서 ‘제2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를 열고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집회 역시 지난 23일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으며, 총학생회 추산 800여명이 참석해 촛불을 밝혔다.

조 후보자의 딸이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부산대 총학도 단체행동에 나선다. 총학은 이날 오후 3시 대학 내 성학관 1층에서 ‘제2차 효원인 공론의 장’을 열고 단체행동의 형식과 시간, 장소 등에 대한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