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후보자 비위 사실 전달한 6급 공무원 벌금형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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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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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받은 글을 카카오톡으로 전달하는 것도 선거운동에 해당할까? 공무원이라면 지방선거 후보자와 관련해 받은 글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더라도 공직선거법 위반이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민유숙 대법관)은 30일 군수 후보자의 비위 관련 글을 사진으로 찍어 7명에게 전달한 6급 공무원 이모(57)씨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벌금 70만원을 확정했다.

공무원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정치적 중립 지켜야

강원도 평창군에서 근무하던 지방공무원 6급 이씨는 당시 군수와 업무와 관련한 의견 대립이 있었다.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곳으로 발령이 나자 군수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졌다.

마침 ‘이런 분이 또 군수가 되어야겠습니까?’라며 군수의 비위를 담은 글을 찍은 2장의 사진을 전달받았다. 이씨는 이를 다른 7명에게 보냈다. 검찰은 허위사실을 공표하고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이씨를 기소했다.

공직선거법 제9조와 제60조에 따르면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사람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법원 “후보자 낙선 위해 선거운동한 게 맞아”

1·2심 모두 이씨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씨가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8일여 앞둔 시점에 사진을 전송했고, 실제로 선거에서 24표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선거가 치열했다는 점을 들어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또 "그 글을 읽은 사람들은 해당 후보자를 낙선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작성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선거운동이 맞다고 판단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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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글이 후보자에 대한 평판을 저해시킬 거라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도 유권자로서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사진을 전송했다”는 이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허위사실 아니더라도 선거운동은 위법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허위사실 공표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씨가 전달한 내용 중 중요한 부분이 대부분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고, 증명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이씨가 진실이라고 믿을 수 있던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봤다. 공직선거법 제251조는 적시한 사실이 진실이라면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보고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씨는 해당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다.

[일러스트=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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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재판부는 “이씨는 지방공무원으로서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킬 의무가 있는 사람임에도 특정 정당에서 공천된 후보자의 당선 여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글을 별도의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여러 사람에게 전송했다”며 “전파 가능성이 매우 큰 휴대전화 메신저 등을 통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낙선을 위한 선거운동을 했다는 점에서 이씨의 범행은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하며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이를 확정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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