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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돈 받아 한국 발전”…보은군수 日옹호성 발언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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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혁 보은군수. [보은군=연합뉴스]

정상혁 보은군수. [보은군=연합뉴스]

정상혁(78) 충북 보은군수가 군내 이장단 워크숍에서 친일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정 군수는 지난 26일 울산 남구에서 열린 '주민소통을 위한 2019 이장단 워크숍'에서 한국이 일본의 경제적 도움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등의 일본 옹호성 발언을 했다.

그는 "우리가 세끼 밥도 못 먹고, 산업시설 아무것도 없던 시절에 일본의 돈을 받아서 구미공단, 울산·포항 산업단지 만든 것 아니냐"며 "한국 발전의 기본은 (일본으로부터) 5억달러 받아서 했다는 것이 객관적 평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일 협정 당시 일본으로부터 받은 돈을 마중물로 해서 경제개발 1·2차 계획했고, 그 돈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궜다. 그걸 국민이 간과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정 군수는 "일본 지인이 한 말"이라며 우회적으로 위안부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일본인과의 대화라며 "'위안부 한국만 한 게 아니다. 중국·필리핀·동남아 다 했는데 배상한 게 없다. 한국에만 5억달러 줬다. 한·일 국교 정상화 때 다 끝났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사람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일본 총리하고 사인해 돈 다 줬고, 일본이 한국에 두 번이나 도움을 줘 다 끝났다고 생각하더라. 한국이 지금 자꾸 뭐 내놔라, 사과하라고 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일본 사람들은 생각한다"면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사인했으면 지켜야지, 그것을 무효로 하고 돈 가져오라 하니 일본이 한국을 믿을 수 없는 나라로 생각한다더라"고 일본인 지인의 말을 앞세워 우회적 표현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한국이 일본 상품 불매하는데, 일본도 한국 것 안 써. 그러면 거꾸로 우리가 손해 본다"고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정 군수의 발언이 알려지자 지역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일제히 비판했다.

정의당 충북도당 남부 3군 위원회 추진위원회는 27일 "일본 아베 정권이 주장하는 내용과 다를 바 없는 발언을 한 정 군수는 공개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지난 2017년 10월 보은읍 뱃들공원에서 열린 소녀상 제막식에 정 군수가 참석했던 것을 언급하며 "당시 위선으로 참석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추진위는  "'위안부' 피해를 겪으신 후 이 지역에 거주하셨던 이옥선 할머님을 비롯해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과 군민에게 머리 숙여 공개적으로 사과하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광복회 충북도지부와 '충북 3.1운동ㆍ대한민국 100주년 범도민위원회'도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친일매국 망언을 한 보은군수는 국민께 무릎 꿇고 사죄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선열에 대한 모욕이자 국민에 대한 모독 행위"라고 비판했다.

지역 주민들 역시 정 군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 주민은 "군 수장이 이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된다"며 "이장들에게 무엇을 생각하라고 이런 말을 늘어놓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번 논란에 대해 한 간부 공무원은 "폴란드와 독일, 핀란드와 러시아 관계처럼 과거에 휩싸이지 말고, 한·일 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끌고 가자는 취지의 발언을 하려던 것으로 안다"며 "(막말 논란에 관해) 군수의 설명이 있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정 군수는 직접 입장문을 정리해 곧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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