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수위와의 전쟁 홍수통제소 김양수 센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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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주의보가 내린 긴박했던 2박3일간 한강홍수통제소를 지키며 댐들의 방류량 조절을 진두지휘한 김양수 하천정보센터장. 조용철 기자

"충주댐 방류량을 줄여 주십시오. 안 그러면 여주지역 5000가구가 수몰됩니다."(김문수 경기지사)

"여주대교 수위는 10.5m까지 안 가도록 할 겁니다. 지금 방류량이 최적의 상황입니다."(김양수 한강홍수통제소 하천정보센터장)

16일 오전 4시쯤 서울 동작대교 밑 한강홍수통제소 상황실로 김 지사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남한강 여주대교의 수위가 9.91m로 30분 만에 11cm가 올라갔을 때였다. 수위가 10.5m가 되면 주민 5000가구가 대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충주댐은 초당 8900t의 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초당 8900t은 김양수(48) 센터장과 그의 팀원들이 여러 차례 검토해 산출한 수치였다.

노재화 소장과 김 센터장은 김 지사의 전화에도 요지부동이었다. 여주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충주댐은 이미 거의 포화상태. 수문을 닫으면 댐 자체가 위험했다. 충주댐이 터지면 15시간 내에 서울까지 수몰된다. 충주댐 상류의 단양도 문제였다. 물을 계속 가둬 두면 단양이 잠길 수도 있었다. 단양에선 통제소에 "충주댐 방류량을 늘려 달라"며 아우성이었다.

긴박하다 못해 살벌한 밤이었다. 22평짜리 상황실은 26명의 직원과 여러 대의 컴퓨터가 뿜어내는 열기로 후끈했다. 15일 오전 4시30분 한탄강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직원 56명이 2교대 근무를 시작했다. 노 소장과 김 센터장은 이날부터 2박3일간 통제소에서 진두지휘했다.

팀원들은 컴퓨터에 달라붙어 자료를 수집.분석했다. 한쪽 벽면에 붙어 있는 14개의 멀티비전에서는 팔당댐.충주댐.중랑천 등의 수위 상황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다른 쪽 벽에는 대형 스크린을 펼쳐 이들 지역의 강수량과 수위를 한 화면에 담았다. 팀원들은 전화통을 붙잡고 각 지자체.경찰청 등과 연락을 취하느라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여기서 제공하는 정보가 수해 방지, 주민 대피 등에 결정적이다. 한강대교.여주대교가 위험했던 16일부터 17일 오전까지는 거의 30초 단위로 관련 기관의 문의 전화가 오기도 했다. 16일 오후부터는 아예 큰 종이에 각 댐의 시간대별 수위를 하나하나 적어 내려갔다. 주요 댐의 수위 상황을 한눈에 볼 자료가 필요해서다. 25년간 홍수 통제 업무를 해 오고 있는 김 센터장이지만 이 날만큼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자기 지역의 수해부터 막겠다는 지자체들의 아우성 사이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려 수위와 방류량을 조절하는 것이 통제소 업무의 관건이다.

여주대교의 수위는 17일 오전 5시30분 내려가기 시작, 10시엔 9.28m까지 내려갔다. 통제소는 이 시간 홍수경보를 홍수주의보로 전환했다. 그제서야 직원들은 늦은 아침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권근영 기자<young@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 수위 조절 어떻게 하나=건설교통부 산하 한강홍수통제소는 한강 유역의 수위와 댐 유량을 조절해 홍수와 가뭄을 막는 곳이다. 한강 유역 171개 우량관측소와 87개 수위관측소에서 강수량과 수위를 집계한다. 이 수치와 기상청의 강수량 예측 자료, 각 댐의 수위와 방류량 등을 컴퓨터의 '통합 홍수예보 시스템'에 입력해 앞으로의 상황을 계산한다. 계산 결과는 각 댐의 방류량을 정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수위가 위험 수준에 달하면 통제소는 홍수특보를 내린다. 가령 한강대교의 수위가 8.5m면 홍수주의보를, 10.5m면 홍수경보를 발령한다. 이때는 서울시재난안전대책본부와 서울지방경찰청 등 관련 기관에 즉시 연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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