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뇌 신호 읽고, 빛·약물도 전달하는 초소형 브레인칩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5면

과학소설(SF) 영화 ‘공각기동대’처럼 인간의 뇌와 컴퓨터 연결해 정보를 주고받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일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조일주 박사 연구팀은 22일 뇌의 여러 부위에서 발생하는 신경 신호를 동시에 측정하는 한편 외부의 약물이나 빛을 뇌 속으로 전달할 수 있는 초소형 브레인 칩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KIST 조일주 박사 연구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

간질·파킨슨병과 같은 뇌질환을 치료하거나 머릿속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이는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 등은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세포 하나하나 수준에서 정밀하게 측정해야 한다. 때문에 뇌에 칩을 삽입하거나 외부에서 영상기술로 신경 신호를 측정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그간 브레인 칩을 통해 뇌에서 나오는 신호를 읽어 뇌 기능의 이상을 확인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반대로 뇌에 신호를 보내는 양방향 소통은 아직 많이 연구되지 않았다.

KIST 연구진은 머리카락 굵기의 얇은 초소형 브레인칩을 개발하고, 이를 살아있는 생쥐의 뇌에 삽입해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에 빛과 약물을 전달함으로써 뇌 회로를 강화하거나 약화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빛이나 약물 자극으로 기억을 담당하는 신경 회로를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해마 여러 부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광범위한 신경 신호를 단일 세포 수준에서 정밀하게 측정해냈다.

조일주 박사는 “이번 연구는 뇌 기능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초소형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라며 “향후 기존 뇌 회로 연구방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뇌 기능을 정밀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