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고속도 산사태 막을 수 없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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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 이춘주 방재부장은 "해당 절개지는 시공과 관리가 잘 된 곳에 속했다"며 "그러나 장맛비가 계속 스며들면서 지반이 약해진 데다 집중호우로 취약 지점이 압력을 견디지 못해 무너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강원 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영동고속도로에서만 최소한 9곳에서 토사가 도로로 쏟아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집중호우 등을 감안해 안전기준을 지금보다 좀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천재지변이라 어쩔 수 없어"=영동고속도로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곳은 평창 휴게소 인근 도로다. 1000t이 넘는 토사와 나무 등이 도로로 쏟아졌다. 사고 난 곳은 고속도로 구역의 절개지가 아닌 그 위쪽의 계곡에 물이 넘치면서 산사태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라고 도로공사는 설명했다.

진부 IC 인근처럼 절개지가 무너진 경우도 불가항력이라는 주장이다. 신재상 도로공사 설계팀장도 "도로 설계 때 해당 지역의 지질 등을 정밀 분석해 절개지의 각도와 강도를 결정한다"며 "비가 올 경우 토사 부분이 비에 완전히 흠뻑 젖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그걸 견디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그렇더라도 이번처럼 예상 외의 폭우가 집중적으로 며칠씩 올 경우에는 견디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립방재교육연구원 방재연구소 김현주 연구위원은 "강원도의 산사태는 누적된 강수로 인해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집중호우가 더해지며 나타난 결과"로 "자연재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 "안전기준 강화 필요"=전문가들과 업계에서는 보다 정밀한 자료 활용과 안전기준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천대 토목공학과 최계운 교수는 "최근의 게릴라성 강우는 현재의 기상관측 자료로는 파악되지 않는다"며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상통계도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갈수록 지역성 강우 등이 빈발하는 상황에서는 지역적으로 시간대별로 촘촘한 기상통계가 필요하며, 이를 도로 등 각종 구조물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률적인 안전기준 강화에 따른 비용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건설교통부 윤성오 도로환경팀장은 "이번 폭우처럼 매우 드문 경우를 산정해 시공한다면 경우에 따라 지금보다 2, 3배의 예산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갑생.김준술 기자
신혜경 도시건축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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