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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 노래로 창작 뮤지컬…“좋은 음악은 세대를 초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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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왼쪽부터 이홍기와 송창의. 초연을 앞둔 뮤지컬 ‘사랑했어요’ 주연을 맡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왼쪽부터 이홍기와 송창의. 초연을 앞둔 뮤지컬 ‘사랑했어요’ 주연을 맡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사랑의 가객(歌客), 김현식(1958~1990)의 노래로 만든 첫 뮤지컬이 무대에 오른다. 다음달 20일부터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하는 ‘사랑했어요’(연출 정태영)다. 서로 사랑하지만 다른 공간에 속하는 세 남녀의 이야기를 김현식의 노래 20여 곡으로 풀어간다. 싱어송라이터 이준혁(송창의·나윤권)과 그를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윤기철(이홍기·문시온), 사랑 앞에 당찬 여성 김은주(김보경·신고은)가 주인공이다.

‘사랑했어요’ 주연 송창의·이홍기 #다음달 성남아트센터에서 초연

초연을 앞두고 한창 연습 중인 송창의와 이홍기를 지난 13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현식이 작고한 해(1990년) 태어난 이홍기는 물론 1979년생인 송창의에게도 김현식은 흐릿한 앨범 사진으로 더 익숙한 인물이다. 그래도 다들 노래엔 친숙하다고 했다.

“‘사랑했어요’뿐 아니라 이번 뮤지컬에 포함된 ‘비처럼 음악처럼’ ‘비오는 날의 수채화’ 등을 노래방에서 즐겨 불렀어요. 직접적인 추억이라기보다 그 감성을 공유하며 자란 세대죠.”(송창의)

“워낙 유명한 노래들이라 항상 곁에 있던 기분이에요. ‘내 사랑 내 곁에’는 2011년 ‘불후의 명곡’에서 직접 불러보기도 했어요. 슬픈 가사지만 훌훌 털어버리는 느낌을 주고 싶어 빠른 템포로 바꿨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어요.”(이홍기)

김현식의 노래로 꾸미긴 해도 뮤지컬 스토리는 그의 삶과 전혀 관계가 없다. 1990년대와 20년 후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서울에서 엇갈리는 사람들의 우정과 슬픔, 옛사랑을 김현식 노래에 실을 뿐이다. 아바의 곡으로 꾸민 ‘맘마미아’ 같은 형태다. 이런 식의 한국 창작뮤지컬로는 김광석의 ‘그날들’과 이영훈 작곡가의 ‘광화문 연가’가 있다. 공교롭게도 두 배우가 각각 이들 뮤지컬과 인연이 있다. 2002년 ‘블루사이공’으로 데뷔한 송창의는 2011년 ‘광화문 연가’의 초연 주역을 맡았다. 2007년 FT아일랜드로 데뷔해 뮤지컬도 병행한 이홍기는 2016년 ‘그날들’의 네 번째 시즌에 합류했다. 두 뮤지컬에서 각각 인연을 맺은 김동선 프로듀서가 이번 작품에 의사를 타진하자 둘 다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사랑했어요’의 모든 넘버가 김현식의 곡이지만 원곡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온 것은 아니다. 원미솔 음악감독에 따르면, 서정적인 발라드의 원곡을 극의 흐름에 맞춰 일렉트로닉 혹은 클래식 버전으로 변주해  ‘같은 노래 다른 느낌’을 만들어낸다.

“창작 초연의 책임감이 있죠. 김현식 선배님 노래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으니 부담도 되고. 그래도 라이선스 뮤지컬과 달리 직접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즐거움을 느껴요. ‘레베카’ 이후 2년 만에 무대에 서는데, (두 돌 된) 딸 육아하며 연습하다보니 정신 없네요.”(송창의)

“제 또래나 어린 팬들이 이번 뮤지컬로 잘 몰랐던 김현식 노래를 다시 찾아 듣게 됐으면 좋겠어요. 좋은 노래는 세대를 초월해서 사랑받으니까요. 여러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선보이겠습니다.”(이홍기)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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