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O), 근로자(X)…경기도의회 '근로' 용어 퇴출 조례 입법예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앞으로 경기도 조례에서 '근로'라는 용어가 퇴출당할 전망이다. 대신 자주적 행위인 '노동'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방안이 추진된다.
경기도의회는 최근 '경기도 근로 용어 일괄정비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15일 밝혔다.
경기도 조례안에 들어간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근로자'는 '노동자'로, '근로권'은 '노동권'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현재 경기도 조례안 중 '근로'라는 용어가 들어간 조례는 모두 49개다.

경기도의회 전경. 최모란 기자

경기도의회 전경. 최모란 기자

이 조례안은 경제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김장일(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의원이 발의했다.
김 의원은 "국회에 근로기준법을 포함한 고용노동부 소관 법률 11개의 명칭과 조문에 '근로'를 '노동'으로 개정하는 법률안이 발의됐으며, 대통령 제안의 헌법 개정안에도 이런 의견이 반영돼 경기도 조례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추진 이유를 밝혔다.

근로는 '누군가', 노동은 '나를 위해' 일한다는 의미  

앞서 지난달 김현삼(더불어민주당·안산7) 의원이 발의해 의결된 '경기도 근로 기본 조례 일부 개정안'에도 '근로'라는 단어를 '노동'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의회는 "'경기도 근로 기본 조례'가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자치조례 속 '근로'라는 용어를 총괄적으로 정비하기 위해 이번 조례가 입법 예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의회가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바꾸려는 이유는 '근로'에 노동자와 사용자의 종속적 관계 개념을 내포하고 있어서다.
김현삼 의원은 지난달 '경기도 근로 기본 조례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근로(勤勞)는 '누군가를 위해 성실히 일한다'는 의미로 일의 장려나 강요를 뜻하는 용어라면 노동(勞動)은 '내가, 나의 삶을 위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으려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노력하는 자주적인 행위'다"라고 설명했다.

경기도도 지난 6월 조직개편을 하면서 '노동국'을 신설하고 행정영역 용어 바꾸기에 나섰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평소 "우리나라 법전에서 '근로'라는 글자를 '노동'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도의회는 오는 19일까지 도민 의견을 받은 뒤 26일 개회하는 임시회에 해당 조례를 상정, 심의할 예정이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