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초과 이득세 왜 도입하나|양도세보다 무서운 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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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실적인 조세저항의 우려속에 「개발이익 환수를 위한 토지초과 이득세」라는 자못 긴 이름의 세제가 마침내 입법예고됐다.
택지소유 상한제·개발 부담금제등에 이은 토지공개념 「연작 시리즈」 중의 하나다.
시리즈의 주제인 토지공개념부터가 혁신적인 것이지만 이번 토지초과 이득세는 더욱 그러하다.
초과 이득세는 우리로선 처음 대하는 「토지보유과세」이기 때문이다.
땅을 팔아 차익을 챙기지 않고 그냥 땅을 갖고 있기만 해도 매겨지는 세금이라는 이야기다.
역시 갖고 있는 땅에 대해 매겨지는 재산세 제도가 있긴 하지만 재산세는 소득세에 대한 보조적인 성격이지 본격적인 「보유과세」는 아니다.
외국의 예를 보면 우리의 초과 이득세처럼 땅값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을 환수하기 위해 보유과세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현재 이탈리아 하나뿐이다.
영국은 그같은 세제를 시행해 오다 85년에 폐지했고, 대만은 법은 만들어 놓았으나 아직 시행을 유보하고 있다.
그만큼 토지보유 과세는 세계적으로도 혁신적인 세제인 것이다.
이처럼 남들도 잘 하지 않는 세제를 우리가 도입하려는 것은 물론 우리 나름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그간 수없이 인용된 통계지만 지난 75∼88년간 국민소득이 3·1배 늘고 집값이 평균 4·7배 오르는 동안 땅값은 평균 8·4배나 뛰었다거나, 전국의 땅임자 중 땅이 많은 순으로 상위 5%의 사람들이 나라 전체 땅의 65·2%를 꿰차고 앉았다거나, 87년의 경우 땅에서 생긴 자본이득이 무려 34조 8천억원으로 GNP의 35·7%나 되는 우리의 현실이 초과이득세 도입의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해 35조원이나 되는 불로소득이 전국민의 5%밖에 안되는 땅임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현실을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체제유지 자체가 흔들릴 지경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다.
초과 이득세와 양도소득세가 이중과세라는 논리를 앞세워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면 되지 않느냐는 항변도 있지만 양도소득세의 강화는 땅값상승 이익을 더 많이 거두어 들이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토지거래를 촉진시키기보다는 억제하고 또 세금이 땅값에 얹혀 땅값을 더욱 올려놓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
반면 초과 이득세는 땅에 대한 투기성 수요는 줄이고 투기토지의 처분은 촉진시켜 장기적으로 땅값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이같은 원론적인 당위성과 실효성에도 불구하고 모든 토지공개념 관련법안이 그렇듯 초과이득세도 역시 각론으로 들어가면 숱한 논쟁거리에 부닥친다.
우선 초과이득세가 양도세등과 달리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로서 이익이 있는 곳에 세금을 물린다는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땅값이 올랐다 해도 돈은 들어오지 않았는데 세금은 무슨 세금이냐는 것이다.
또 하나 논란거리는 초과이득세가 매겨지는 땅을 과연 어느 범위까지 골라내느냐 하는 문제다.
많은 조세저항과 함께 국회입법 과정에서 치열한 로비가 예상되는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예컨대 재무부가 이번 입법예고를 통해 일일이 열거한 초과이득세 과세대상 토지 중 「부재지주 농지」 「도시계획 구역내의 농지」 「자경않는 농지」부터가 심한 조세저항에 부닥칠 것이다.
87년 농가경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 사유농지의 31%가 임차 농지다. 이중에서 상속받아 임대한 후 3년이 지난 농지, 이농으로 임대한 후 1년이 지난 농지등만을 가려 내 과세한다지만 이들 모두가 과연 「땅값 상승」만을 바라고 계속 갖고 있는 농지인지는 그리 쉽게 한데 몰아 단정할 일이 못 된다.
또 염전·양어장·테니스 코트·골프 연습장·자동차운전 교습장등에 대해 사업외형이 땅값의 7∼10% 미만이 되기만 하면 「사업」보다는 「땅값」에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초과 이득세를 매기겠다는 것도 얼마든지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토지초과 이득세가 부과된 후 빨리 땅을 팔수록 양도소득세에서 공제해 주는 혜택을 크게 해 주겠다는 것은 유휴지·공한지의 처분을 촉진시킨다는 정신에는 맞지만 보유기간이 길수록 세금을 낮춰 주는 양도소득세의 정신과는 아무래도 부딪치는 부분이 있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단기차익을 노리고 땅을 빨리 팔아 넘길수록 세제혜택을 줘 거꾸로 투기를 조장하는 꼴이라는 소리도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양도소득세와의 이중 과세적인 마찰을 줄이기 위해 세액공제를 해준다면 처분기한에 관계없이 일정률 공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이같은 논쟁거리에도 불구하고 초과이득세 도입의 당위성이 훼손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같은 논란거리들을 중지를 모아 잘 해결해 초과이득세가 무난히 입법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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