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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정동영에 까이며" 당적 11번 변경…'왕철새'의 한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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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변인으로 국회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던 때의 김정현 전 민주평화당 대변인. [뉴스1]

당 대변인으로 국회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던 때의 김정현 전 민주평화당 대변인. [뉴스1]

김정현 전 민주평화당 대변인의 별명은 ‘3선 국회의원급 당직자’다. 김대중 전 대통령 장남 김홍일 전 의원 보좌관 활동 경력을 빼고도 순수 당직자로만 14년 동안 일했다. 그런 그가 평화당 내 비당권파였던 대안정치연대 의원들과 함께 당을 나오면서 총 11번째 당적 변경 기록을 갖게 됐다. 이력만 보면 ‘왕철새’ 축이란 말도 나올 법하다.

김 전 대변인이 탈당으로 착잡한 심경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겼다. 김 전 대변인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내 정치인생에서 탈당 기록을 하나 더하고 곧 신당이 창당될 듯하니 11번째 당적변경을 목전에 두고 있다. 분명 좋은 일은 아니다”고 썼다.

김 전 대변인은 전남 곡성 출신으로 지역 언론사 정치부 기자로 있다 2001년 김홍일 전 의원 보좌관으로 여의도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05년 민주당 부대변인으로 당직자 생활을 시작한 김 전 대변인의 당적 변경사(史)는 자의 반 타의 반이다. ‘민주당→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민주당→민주통합당→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민주평화당’. 제3지대 신당에 합류하면 11번째 당적이 된다. 잦은 당적 변경의 절반은 간판(당명)이 바뀐 경우다. 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민주당·민주통합당·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이 그렇다. 하지만 입당 때 열린우리당과 갈라선 호남을 근거로 한 민주당에 몸을 담았던 이력 때문인지 2016면 총선 이후 호남 정치 재편 과정에서 국민의당, 평화당에 이어 신당으로 열차를 갈아탈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김정현 전 민주평화당 대변인의 페이스북 글

김정현 전 민주평화당 대변인의 페이스북 글

유엔 해비타트 회장인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을 따라 케냐 나이로비를 방문 중인 김 전 대변인은 “박 전 대변인은 ‘형님이 (잦은 당적변경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호남에서 정치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는데 좀 착잡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떠날 때는 호남 정치가 그쪽으로 간다고 해서 막차를 탔고 그 뒤 안철수 대표와 정동영 대표 쪽으로부터 시쳇말로 연속 까였다”고 자신의 정치 역정을 되돌아봤다.

김 전 대변인 사례가 특이하다 할 것 없이 정당이 간판을 바꾸는 신장개업은 자주 있었다. 정당 수명이 평균 3년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짧다. 한국 정당사에서 가장 오래 당명을 유지한 당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3년 창당해 1980년까지 이어진 민주공화당(17년 5개월)이다.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015년 12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당명을 바꿔 4년째 이어져 왔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제19대 대선을 앞둔 2017년 2월 새누리당에서 이름을 바꿔 2년 6개월 간 유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요 정당사.

대한민국의 주요 정당사.

김 전 대변인은 페이스북에서 대안정치가 호남 정치의 맥을 잇는 정치세력이 되길 바라면서 “어떻든 신당이 창당돼 제대로 된 중도개혁 실용정당이 나오면 정당정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고, 다음 정권은 중도적 성향이 강화된 진보정권 재집권론이 큰 어젠다가 될 테니 그 자체로 의미 있다고 하겠다”고 했다. 그는 “참고로 국민의당이나 평화당은 호남인들 눈과 입맛에 비해 지나치게 간이 작고 협량한 정치를 펴왔는데 스타일상 안 맞았다. 신당은 선이 굵은 정치를 하되 시원시원하게 일을 처리한다면 지지를 얻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예상하며 글을 마쳤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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