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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에 새우등 터진 부산항…29개월 만에 환적화물 감소

중앙일보

입력

부산 남구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이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부산 남구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이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중 무역 분쟁 여파로 부산항 환적 물동량 증가세가 꺾이더니 지난 7월에는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29개월 만이다.

부산항 환적 화물량 2017년 3월 이후 고공행진 #미중 무역분쟁으로 지난 5월부터 증가세 꺾여 #지난 7월 환적 화물량 0.5% 감소…29개월 만 #한일 경제전쟁으로 수출입화물량에도 빨간불

8일 부산항 터미널 운영사들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신항과 북항 9개 터미널에서 처리한 컨테이너는 20피트짜리 기준 186만4000여개로 지난해 같은 달(181만4000여개)보다 2.7%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한국의 수출입화물(89만5900여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4% 늘었지만, 환적화물(96만8300여개)은 0.5% 줄었다. 환적 화물은 부산항에서 배를 바꿔 제3국으로 가는 다른 나라의 화물을 말한다.

부산항 환적 화물량은 2017년 3월 증가세로 접어든 후 고공 행진해 왔다. 지난해는 하반기에는 월 단위 증가율이 대부분 두 자릿수를 기록했고, 올해에도 지난 4월까지 월평균 증가율이 7.1%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월평균 증가율이 1.9%로 급격히 낮아지더니 6월에는 0.4%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지난 7월에는 결국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미·중 양국이 상대국 수출품에 고율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바람에 교역량이 줄어든 것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부산항 환적화물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한다.

미국이 오는 9월부터 중국 수출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기로 해 부산항을 거쳐 가는 환적화물은 더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관광 취소로 인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여객선의 운항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일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여객부두 내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선사들의 매표소 앞이 텅 비었다. 송봉근 기자

일본 관광 취소로 인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여객선의 운항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일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여객부두 내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선사들의 매표소 앞이 텅 비었다. 송봉근 기자

환적화물 감소에 한일 경제전쟁까지 더해지면서 부산항을 거치는 수출입화물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우리나라 수출입화물은 예상을 깨고 증가율을 보이지만 한일 경제전쟁이 변수로 등장했다. 부산항만공사는 올해 물동량 목표를 정할 때 우리나라 수출입화물은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 2월(-2.5%)을 제외한 나머지 달에는 평균 5%가량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규제로 우리 기업들의 중간재 수입이 줄어들고, 한국의 맞대응으로 대일본 수출도 감소하면 부산항 물동량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일 간 수출입화물이 부산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이다.

악재가 겹치면서 부산항만공사가 세운 올해 물동량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항만공사는 올해 수출입화물은 지난해보다 0.3% 줄고 환적화물은 8%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2250만개를 목표로 세웠다.

지난해 실적 2166만7000개와 비교하면 월평균 3.9% 이상 증가율을 유지해야 달성할 수 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부산항 전체 물동량은 1264만3000여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1217만7000여개)보다 3.8% 증가했다. 지금까지는 목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환적화물이 갈수록 줄고, 한일 경제전쟁으로 수출입 화물량까지 감소하면 올해 물동량 목표 달성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물동량이 줄면 운송기사, 터미널 운영사, 선박 서비스 업체 등등의 수익이 감소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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