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논란된 고유정 체포 영상, 공보책임 없는 전 서장이 유출"

중앙일보

입력

지난 6월 1일 긴급체포 당시 고유정. [연합뉴스]

지난 6월 1일 긴급체포 당시 고유정.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전남편 살해·시신 유기 혐의를 받는 고유정(36·구속기소)의 체포 당시 영상이 공개돼 적절성 등을 놓고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적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공개”라는 경찰청 합동 현장점검단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사건을 맡은 제주 동부경찰서가 초동수사 과정에서 범행현장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제때 확인하지 못한 데다 압수 수색도 핵심증거물인 ‘졸피뎀’을 놓치는 등 부실하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합동 현장점검단은 7일 이런 내용이 담긴 설명자료를 냈다.

현장검검단 관계자는 “고유정의 검거 장면을 촬영한 영상이 적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외부에 공개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공보규칙과 인권규정을 복합적으로 위배했다”고 밝혔다.

고유정 인물 관계도. [중앙포토]

고유정 인물 관계도. [중앙포토]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은 ‘사건 관계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보호하고 사건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수사사건 등은 그 내용을 공표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공개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의 영상은 박기남 전 제주동부경찰서장이 외부로 유출했다. 박 전 서장은 제주경찰청으로 자리를 옮겨 고유정 사건의 공보책임자가 아닌데도, 특정 언론사에 수사자료를 전달했다는 게 현장점검단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제주지방청이나 경찰청에 보고 없이 자체 내부논의만 거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고유정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도 일부 미흡한 점이 드러났다. 제주 경찰은 범행 장소인 펜션 주변에 설치된 CCTV를 뒤늦게 파악했다. 경찰은 숨진 고유정 전 남편 강모씨에 대한 실종신고가 들어온 지난 5월 27일 범행 현장 주변을 수색했지만, 펜션 주변 CCTV 영상을 찾아보지 않았다.

신고 3일 뒤 사건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전 남편 강씨의 동생이 직접 펜션 주변 CCTV를 확보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경찰은 영상을 통해 고유정의 수상한 모습을 포착했다고 한다. 고유정이 이미 여객선에서 시신 일부를 유기하고 아버지 집인 김포로 이동한 뒤다.

현장점검단은 “신고접수 후 초동조치 과정에서 CCTV 확인 등 현장 확인이 늦어졌다”며 “다른 쪽 부분을 확인하느라 늦어진 건대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다른 대안을 찾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고유정이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의심받는 졸피뎀을 경찰이 압수 수색 과정에서 확보하지 못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찰은 지난 6월 1일 고유정을 자택에서 체포할 때 집 안을 수색했지만 졸피뎀이 든 약봉지는 찾지 못했다. 봉지는 고유정의 현 남편이 찾아 경찰에 건넸다.

현장검검단은 당시 수사 책임자인 박 전 서장을 비롯해 형사과장, 여성청소년과장 등 3명에 대한 감찰 조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또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과 교육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경찰청은 고유정 사건에 대한 부실의혹이 제기되자 지난달 2일 점검단을 꾸렸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