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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립 특성화고, 교사채용 시험문제 유출 등 비리 적발

중앙일보

입력

서울교육청 [중앙포토]

서울교육청 [중앙포토]

서울 관악구의 한 사립 특성화고 교감이 정교사를 채용하면서 지인에게 문제를 유출하고 채점 도중 답안지를 정정한 사실이 서울시교육청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시교육청은 해당 교감을 파면하라고 요청하고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서울교육청 감사로 비리 정황 확인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수사의뢰

서울시교육청은 올 1월 관악구의 특성화고인 Y고의 체육교사 공개채용 과정에 비리가 있다는 내부 공익제보를 받고 1월 7~11일 5일간 감사를 진행했다고 7일 밝혔다.

조사 결과 이 학교 교감 A씨가 기간제 교사로 근무 중이던 B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필기고사 시험지를 사전 유출한 정황이 드러났다. 시교육청은 A씨가 시험지 유출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B씨의 답안지를 채점하면서 주관식 문제의 정답을 오답으로 변경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 과정에 확인한 B씨의 교육학과 체육학 시험지에는 주관식 10문항에 모두 모범답안과 일치하는 정답이 기재됐다. 그런데 이를 옮겨적은 OMR 답안지에는 정답을 쓴 뒤 까맣게 덧칠하거나, 미묘하게 다른 답을 적어 오답처리됐다.

교육학 시험의 OMR 카드에서는 '가설검증'을 '간설검증'으로 적었다. 시험지에는 없던 받침 ㄴ자만 얇은 펜으로 쓰여 있어, 시교육청은 채점 과정에서 수정한 것으로 파악했다. 체육학 시험에서도 시험지에는 정답을 적고, OMR 카드에는 ㅁ에 획을 추가해 ㅂ으로, ㅂ에도 획을 추가해 日로 고친 흔적이 확인됐다. 또 주관식 정답인 '니트 다이어트'를 굵기가 다른 펜으로 '내트 다이어트'로 수정한 흔적도 발견됐다.

교감 A씨는 교육학·체육학 문항을 모두 단독으로 출제하고, 주관식 문항 채점은 OMR카드를 본인 자리로 가져가 혼자 했다.

또 교원 채용 과정 중 하나인 수업시연에서 B씨는 학교가 미리 고지한 범위와 다른 부분을 수업했지만 심사위원들에게 최고점을 받았다. 심사위원 7명 중 유일하게 B씨에게 최저점을 준 한 교사는 "시험 범위가 아닌 부분을 수업한 데다, 다른 수험자에 비해 수업 자료가 매우 부족했다"면서 "수업 시연을 마치고 교감 A씨가 '자기 장점을 말해보라'고 질문하자, 미리 적어온 종이를 보고 답하기도 했다"고 시교육청 감사 담당자에게 진술했다.

이에 대해 B씨는 "OMR 카드에서 정답을 까맣게 칠하거나 다른 답으로 고친 것은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교감 A씨 역시 "OMR 카드를 지우거나 고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감사팀 관계자는 "증인이나 증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모든 정황상 교감이 시험 문제를 유출한 뒤, B씨의 시험 점수가 다른 응시자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나올 것을 우려해 답안지를 수정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립학교법과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사립학교 교원채용 공개전형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교감 A씨를 파면처분할 것을 학교법인에 요청했다. 또 관악경찰서에 사문서 등의 위조·변조,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 및 수사의뢰했다. B씨 역시 업무방해로 고발했다.

Y고 교장은 "A교감은 교감직을 내려놓고 평교사 신분으로 질병휴가 중이며, B씨는 채용 과정에 논란이 일어 임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에 대한 파면 등의 처분은 경찰 수사가 종결되는 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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