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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도 "文 소송사기 가담했나" 노영민 "정론관 가서 말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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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6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6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면충돌했다. 곽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고(故) 김지태씨 소송 대리 관련 의혹을 제기하자 노 실장이 삿대질을 하듯 펜을 들어 “정론관 가서 말하라”며 언성을 높였다.

곽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김지태씨 유족 간 재산 다툼으로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해 허위문서 제출과 위증 등을 한 정황이 있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면서 노 실장에게 “상속세 소송 당시 문 대통령이 허위 증거자료를 제출해 승소했는데, 문 대통령에게 이에 가담했는지 물어볼 것이냐”고 주장했다.

설전 벌이는 노영민-곽상도 [연합뉴스]

설전 벌이는 노영민-곽상도 [연합뉴스]

노 실장이 “문 대통령이 참여한 법인세 소송과 상속세 소송은 다르다”고 하자 곽 의원은 “상속세 소송도 공동 대리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 실장이 “공동 소송 대리는 했지만 깊게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자 곽 의원은 “허위서류 제출 과정에 문 대통령이 관여했는지 분명히 밝히라”고 말했다. 그러자 노 실장의 표정이 굳으며 본격적인 충돌이 빚어졌다.

“지금 한 말 책임질 수 있나”(노 실장)
“그럼요”(곽 의원)
“여기서 말하지 말고 정론관 가서 하세요”(노 실장)
“삿대질하지 말고, (이미) 정론관 가서 말했다”(곽 의원)
“정론관 가서 하시라고요”(노 실장)
“소송 사기에 가담했는지 밝혀달라”(곽 의원)
“여기서 하지 마시고 정론관 가서 하시라니까”(노 실장)

곽 의원은 문 대통령과 같은 법무법인(부산)에서 일한 김외숙 인사수석을 상대로 물었다. “문 대통령이 20005년 5월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대리인으로 위임장을 낸 후 사임서는 2006년 11월 제출한 것으로 돼 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2005년 민관공동위에서 국가간 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을 어떤 법리로 소멸시킬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는데 이건 변호사로 한 건가, 민정수석으로 한 것이냐”고 따졌다.'이해충돌'이란 취지다. 김 수석은 “동시에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노 실장은 또 김정재 한국당 의원이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했던 날(7월23일) 문재인 대통령이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지 않고, 여당 원내지도부와 오찬을 했다”며 이를 문제 삼은데 대해서도 “대통령은 밥도 못먹나”며 공격적으로 반응했다.

노 실장은 이후 별도 답변 기회를 얻었다. “현재 일본의 경제보복, 이 상황 다들 국난이고 어렵다고 하고 국민들께서는 힘을 모아서 정말 참여하고 계신데 지금 국회에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도 않고 고소, 고발되고 이런 것에 대해서 말로 말이야. 대통령을 모독한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노 실장이 언성을 높이자 장내가 소란해졌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뉴스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뉴스1]

한국당 의원들은 노 실장의 이같은 반응에 “비서실장 이게 뭐하는 것이냐. 야당을 협박하느냐”며 집단 반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내용은 여야가 다를 수 있지만 정론관에서 말하라는 답변 태도에 대해서는 분명히 사과를 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회의에서는 노 실장의 태도 논란이 여야 의원들간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졌다. 정양석 한국당 의원은 “(노 실장 발언은) 의원 질문에 면책특권 이용하지 말고 기자회견 하라는 도발”이라며 “이건 여야 문제가 아니다. 간사간 협의를 하자. 사과할 때까지 회의하지 말자”고 말했다. 그러자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경제와 안보 문제로 스트레스가 모두 쌓여있는데 (곽 의원처럼) 사법적 논쟁을 가져오는 건 문제가 있다. 간사합의는 추후에 하고 회의는 계속 해야한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인영 위원장은 회의를 연지 30분 만에 20분간 정회를 선언했다.

노 실장은 결국 정회 20분만인 오후 3시10분쯤 사과했다. 노 실장은 “곽상도 의원의 발언에 대하여 정론관에 가서 하라고 한 제 발언을 취소한다. 또 제 발언으로 인하여 원만한 회의가 이루어지지 못한것에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며 “근거없는 의혹을 반복적으로 주장해서 이미 복수의 사람들로부터 고소까지 당한 상태에서 또 다시 근거없는 내용으로 대통령을 모욕하는 발언을 한것에 대하여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실장과 곽 의원은 오후 6시 이후 또 한 차례 충돌했다. 곽 의원이 “(문 대통령이) 상속세 소송에 관여 안했다고 뭉뚱그려 얘기하는데 내가 언제 허위사실을 얘기했냐”고 또 다시 따지자 노 실장은 “위증교사니 소송사기니 그런 것은 솔직한 얘기로 정치공세 아니냐”고 말했다. “국민이 알아야 할 상황 아니냐”며 곽 의원이 다시 따지자 노 실장은 “그럼 소송에 참여했다는 증거를 대라!”며 언성을 높였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의 핵실험을 두고 노영민 실장과 여당 의원이 모두 혼선을 빚어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이를 바로잡는 해프닝도 있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핵실험을 몇 차례 했나”라고 묻자 노 실장은 “두 번인가 했나요”라며 정확하게 답하지 못했다. 이에 표 의원은 “한 번도 없었다”고 했지만 지난 2017년 9월 북한은 한 차례 핵실험을 했다. 김현종 2차장이 “2017년 9월 북한의 핵 실험이 있었다”고 정정하자 표 의원은 “제가 망각하고 있었다”고 정정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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