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오염의 주범|"숨겨진 폐수배출구를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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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비밀배출구라뇨? 이건단지 심출수(페수일종)저장시실일 뿐입니다.』『그래요? 그럼 저장시설에 이 파이프는 왜 연결돼 있어요. 이걸 통해 폐수를 첆아 저쪽에 버린것 아뇨?.』
『그건, 거기서 페수를 뽑아 다시 종합처리장으로 갖고 가기 위한 시설이지요.』지난17일 낮12시 30분. 경기도용인군용인읍경안천상류(경안천은 팔당호로 바로 유입된다)에 있는 국내굴지의 K피혁공업주식회사. 국민건강을 좀먹는 페수업체에 대한 기습단속을 벌인 환경청 단속반과 취재기자가 정문에서 곧바로 페수종합처리장을 돌아 으슥한 곳 땅속에 설치된 작은 시설물을 덮쳤다.
미처 치우지 못한 직경 10cm정도의 굵은 비닐파이프가 적발되자 회사의 담당직원이 당황해 이처럼 답변했다. 다시 단속반의 추궁이 이어진다.
『여기 폐수를 쏟아부은 자국이 있는데도 둘러댈거요? 어이, 토양측정반. 여기 흙 모두 채취해.』업체측이 침출수 저장시설이라고 주장한 곳 옆에는 가죽을 무두질하고남은 찌꺼기인 슬러지가 그대로 방치돼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 1O여m 떨어진 황무지에까지 작은 도랑이 설치돼 있었으나 황급히 삽으로 덮어버린 자국이 역력하다.
단속반이 페수와 페기물을 묻어버린 흔적이 뚜렷한 황무지를 삽으로 걷어내자 속은 완전 회색빛으로 죽어있어 잡초조차 살수 없을 정도. 약품냄새가 코를 찌른다.
K피혁은 지난해 12월과 올4월 각각 허용기준치를 초과한 분진과 폐수를 방류하다가 적발됐고 이번 조사결과 지난83년부터 약3백t의 유해폐기물을 불법매립해온 사실도 드러나 페기물관리법6조에 의해 고발조치됐다.
같은날 오후3시쯤. 역시 경안천변에 있는 K식품(경기도광주군광주읍).
『계장님, 이 회사 용수량과 방출량에 큰 차이가 납니다. 어딘가 물이 빠져나가고 있는게 틀림없어요.』
서류를 확인하던 단속반이 회사관계자를 다그쳤다.
『폐수를 다른데로 빼돌리고 있는게 분명해요. 우리손으로 찾아내기전에 솔직히 얘기해주시오.』『그럴리 없어요. 딴데로 빼 돌리다뇨.』완강히 부인하는 회사담당자의 말에 단속반이 현장부근을 뒤지기 시작했다. 약4O분뒤 교묘하게 담장밖 풀숲에 위장된 배출구를 찾아내곤 다시 추궁이 계속됐다.
『이건뭐요? 이리로 페수를 마구 쏟아낸게 아뇨.』
『이건 우리가 설치한게 아닙니다.』
『안되겠는데… 안에 들어가 페수탱크에 물감을 풀어봅시다. 이리로 나오는가 확인해야지요.』그제서야 고개를 떨구는 업체측. 조사결과 페수처리 시설을 갖추고 있음에도 정상가동에 따른경비를 절감하고자 폐수탱크 밑면에 직경15cm의 PVC파이프를 지하로 매설, 페수를 비밀리에 마구쏟아낸 사실이 드러나 역시 고발됐다.
경안천변을 비롯한 한강주변 1백13개업체를 대상으로 17∼18일 환겅청과 서울시, 경기도직원 1백82명이 동원된 이번단속에서▲무허가 배출시설25건 ▲무단방류 2건 ▲방지시설고장방치 4건▲산업폐기물 불법처리 6건▲적산유량계고장등 13건이 적발됐다.
특히 냅킨을 만드는 D특수제지(경기도광주군보촌면)는 페수 찌꺼기인 슬러지를 공장부지 내에 그대로 방치, 토양오염은 물론 심한 악취와 함께 비만 오면 그대로 하천을 따라 팔당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드러나 페기물관리법7조에 의해 역시 고발됐다.
단속을 맡았던 환경청수질관리과 박명술계장은『비밀 배출구를 설치하는 기술이 날로 지능화해가고 있어요. 이에대한 적발이 가장 어렵죠. 자신이 버린 페수는 수도물을 타고 다시 자신이 먹게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할텐데요』라고 말했다.
단속반도 취재진이 따라갔을 때만 철저하게 단속하지말고 언제나 엄격한 기습단속을 해주기를 모두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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