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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토렌트도 음란물 유포"···영상 8400여개 올린 60대 징역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터넷에 음란물 영상의 토렌트(torrent) 파일 8400여개를 공유한 노모(60)씨에게 징역 1년이 확정됐다. 토렌트 파일은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해당 콘텐츠를 다운로드 할 때 필요한 파일 이름이나 크기, 파일 조각의 정보, 트래커 주소 등을 포함하는 메타정보다.

불법 음란물 [연합뉴스]

불법 음란물 [연합뉴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음란물 영상의 토렌트 파일을 게시한 행위는 음란물 영상을 배포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결과를 가져온다”며 실형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법원, “토렌트 파일은 해당 콘텐츠 자체를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

노씨는 2017년 11월 말부터 2018년 9월 초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토렌트모아 사이트 ‘일본 AV(HD)’ 게시판에 약 8400여개의 음란물 영상을 게시했다. 해당 사이트를 방문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은 이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었다.

노씨는 “토렌트 파일은 그 자체로 영상 파일이 아니라 그 공유정보가 저장된 데이터 파일이므로, 토렌트 파일을 올린 것만으로 음란한 영상을 배포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한 것이 아니다”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법원은 노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2심은 노씨가 올린 토렌트 파일이 콘텐츠 파일을 직접 다운로드하는 방식과 큰 차이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주로 불법적인 파일 유통에서는 토렌트 방식에 의하여 파일을 공유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토렌트 파일을 제공하는 것은 그와 관련된 콘텐츠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해당 콘텐츠 파일 자체를 직접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특정 다수인이 이런 파일을 이용해 별다른 제한 없이 음란한 영상에 바로 접할 수 있는 상태가 실제로 조성된다면 그러한 행위는 전체로 보아 음란한 영상을 배포 또는 공연히 전시한다는 음란물유포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분명히 했다.

대법원도 원심판결이 바르다고 보고 29일 원심을 확정했다.

음란물 유포 및 협박에 더욱 엄격해진 법원

법조계에서는 최근 음란물 유포 및 이를 이용한 협박 등에 법원이 엄격해지는 추세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초 한 유튜버 A씨는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대사와 음향 등의 소리를 녹음해서 22개의 파일을 제작해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대법원은 유튜버 A씨에게 음란물 유포 혐의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 80시간의 사회봉사 및 추징금 1800만원을 선고했다.

지난 5월 30일에는 교복을 입은 등장인물이 성행위를 하는 애니메이션도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해당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는 “성범죄를 더욱 강하게 처벌하는 쪽으로 형사정책 방향을 잡은 것 같다”며 “여성에 대한 직접적인 성폭행 관련 처벌이 강화됐지만 이제는 물리적인 성폭력을 넘어서 사이버 성 관련 문제까지도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은 25일 가수 구하라(28)씨를 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남자친구 최종범(28)씨에게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검찰은 최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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