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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100명' 저승사자 송삼현…적폐수사 선봉엔 배성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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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대 규모의 특수부를 밑에 두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장에 배성범(57‧사법연수원 23기) 광주지검장이 임명됐다. 현직 국회의원 100여명 수사의 칼자루를 쥐게 될 서울남부지검장은 송삼현(57‧23기) 제주지검장이 맡는다. 두 사람은 모두 윤석열(59‧23기) 검찰총장의 연수원 동기다.

26일 서울남부지검장에 임명된 송삼현(57) 제주지검장. [뉴스1]

26일 서울남부지검장에 임명된 송삼현(57) 제주지검장. [뉴스1]

국회의원 100여명 '칼자루' 쥔 송삼현 

검찰 인사가 발표나기 전부터 서울남부지검장을 누가 맡을지에 법조계 안팎의 이목이 쏠렸다. 특히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의 관심이 컸다. 남부지검장은 이른바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에 연루된 국회의원 100여명을 재판에 넘길지 결정하는 자리기 때문이다. 지난 4월말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지정을 두고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 간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현역 국회의원 109명이 검찰에 고소‧고발된 상태다. 과거 검찰에선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중앙수사부장 ^대검 공안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의 네 가지를 '빅4'라고 불렀는데 최근엔 대검 중수부장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대체하고 여기에 서울남부지검장까지 더해 '신 빅5'로 부른다. 검찰내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란 의미다.

검찰은 패스트트랙 고소·고발 사건을 경찰에 내려보내고 수사지휘를 하고 있다. 경찰이 조사를 마치고 검찰에 송치하면 검찰은 보완 수사 등을 거쳐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총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검찰의 기소 여부는 법원 판결과는 별개로 각 정당의 공천심사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남부지검의 존재감은 점차 커지는 추세다. 최근 KT 채용비리의혹으로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을,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을 재판에 넘긴 곳도 서울남부지검이다. 서울남부지검이 국회를 관할로 두고 있고 정치권의 고소‧고발이 빈번한 만큼 앞으로도 주요 사건 상당수가 몰릴 전망이다.

순천고-한양대 출신 '비주류 특수통'

송 지검장은 전남 고흥 출신으로 호남 내 명문인 순천고를 졸업했다. 또 그는 한양대를 졸업해 서울대 법대 출신이 즐비한 법조계 내에서 비주류로 분류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송 지검장을 서울남부지검장으로 발탁한 데에 이런 이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남 출신인데다 성격 또한 무난하고 튀지 않는다는 평이 나오는 만큼 여야 의원 100여명에 대한 수사를 맡기기 적격이라는 것이다.

송 지검장과 함께 근무했던 검찰 관계자는 “송 지검장은 복잡한 사건을 진행할 때 무리하지 않고 수사를 맡은 주임검사와 충분히 토론해 납득할 만한 결론을 내는 성격이다”며 “균형 감각이 뛰어나 정부는 송 지검장을 임명해 여야 의원 100여명 수사에 대한 변수를 최소화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경지검의 간부급 검사는 “송 지검장이 윤 총장과 동기인 만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해 격의 없이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금융가에선 국회는 물론 여의도 금융권까지 관할로 둔 서울남부지검장을 ‘여의도 저승사자’로 부르기도 한다. 서울남부지검은 금융조사1‧2부와 증권범죄합동수사단까지 밑에 두고 있다. 송 지검장은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특수통’으로 수사 총량이 많은 서울남부지검을 맡기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수원지검 특수부장 당시 안산시장과 오산시장을 구속하고 용인시장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긴 바 있다.

배성범 중앙지검장 임명에…"예측된 인사"

검찰 사정에 정통한 법조인들은 실질적인 ‘검찰 2인자’ 자리인 서울중앙지검장에 배 지검장을 예상했다고 한다. 배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부터 파격 인사의 상징 중 한명으로 꼽힌다. 그는 2017년 8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강력부장을 맡다가 3개월 만에 고참급 검사장 자리인 부산지검장으로 옮겨갔다. 당시 장호중 부산지검장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되면서다.

26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배성범(57) 광주지검장. [연합뉴스]

26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배성범(57) 광주지검장. [연합뉴스]

법조계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배 지검장이 검사장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선배들을 제치고 ‘원포인트’로 부산지검장으로 갈 때부터 파격적이라는 말이 많았다”며 “이번 정권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을 것이라는 예측이 최근 나왔다”고 했다.

배 지검장은 앞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와 인보사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이끌게 된다. 서울중앙지검이 이른바 ‘적폐수사’를 계속해 온 만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공소유지 등도 맡아야 한다. 배 지검장은 ‘돌다리도 두들겨 본 뒤 건너지 않을 사람’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신중하고 무난한 성격으로 정권 입장에서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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