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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가리고 수업 또 조장하나" 조희연, 학원 일요휴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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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시교육청이 ‘학원 일요휴무제’ 시행을 위한 공론화를 8월부터 추진키로 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학원·교습소가 공휴일에 반드시 휴무하도록 하는 것에 대한 한 찬반 대립이 커 공론화 과정에서 갈등이 심화할 수도 있다.

서울교육청 내달부터 공론화 #“학생 과도한 학습, 쉴 시간 줘야” #“불법 사교육 키울 것” 비판 맞서

서울시교육청은 “다음달부터 시민 200~300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을 구성해 학원 일요휴무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9월에는 권역별 토론회를 진행한다. 앞서 지난달에는 서울시교육청 연구정보원 산하 교육정책연구소에 학원 일요휴무제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시교육청은 연구용역 결과와 공론화 내용 등을 토대로 11월경 시행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하지만 학원 일요휴무제에 대한 찬반 대립이 큰 상황이라 쉽게 결론을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학생의 휴식을 위해 일요일에는 학원 운영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입시경쟁 등을 그대로 두고 학원 영업만 제한해서는 사교육 감소 효과가 없을 거라는 주장도 나온다.

학원 일요휴무제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14년 교육감에 처음 나설 때 선거공약이었다. 학생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일요일에 학원 운영을 못 하도록 조례나 법률로 정하자는 주장이다. 서울교육연구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서울 지역 중학생 33%, 일반고 학생 36%, 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 학생 51%가 일요일에도 학원을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성향의 시도교육감과 교육시민단체는 대부분 학원 일요휴무제 도입을 찬성한다. 실제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36점으로 회원국(72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었다.

하지만 학원 일요휴무제가 실효성을 없을 거라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2008년 제정된 ‘서울시 심야 교습 금지 조례’처럼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해당 조례는 서울지역 초·중·고 대상 학원 운영 시간을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학원에서는 창문을 가려놓고 새벽까지 수업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학원업계와 일부 학부모들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 대치동에서 학원을 운영 중인 한 원장은 “공교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를 왜 학원 규제로 해결하려는지 모르겠다”며 “심야영업 제한도 모자라 일요일까지 운영을 금지하면 학원들의 손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1 아들을 둔 김모(48·서울 강남구)씨는 “대입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어떤 제도를 도입해도 사교육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일요일에 학원이 운영을 안 하면 불법 사교육이 기승을 부릴 것 같다”고 우려했다.

교육당국이 찬반 대립이 큰 정책을 공론화해 사회 혼란을 키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부가 추진했던 대입제도 개편안이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7년부터 국가교육회의·공론화위원 등을 구성했지만 참가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별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 사립대의 교육학과 교수는 “국민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를 공론화하면 사회 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며 “책임을 떠넘기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교육 전문가들이 논의를 통해 추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학원 일요휴무제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제대로 알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목적”이라며 "찬성·반대 관계 없이 공론화에서 나오는 의견을 적극 수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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