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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교수 “무능한 아베…파국 파트너로 한국 선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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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전쟁 피해에 대한 일본의 무한책임’을 주장해 국내에 알려진 우치다 다쓰루(內田樹·69)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책임을 지기보다 차라리 파국에 이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24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우치다 교수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아베 정권을 “전후 일본의 모든 정부 중 가장 무능한 정부”라고 혹평했다. 또 그는 “모든 일본인이 아베 정권의 행동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양국 국민 간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것이야말로 아베가 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치다 교수는 “현재의 일본 정치가들은 전후 일본 체제에 파국 원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파국 원망은 약속 시간에 늦는 경우 ‘사과’를 하기보다 ‘사고’가 나는 것을 선택하는 심리다.

아울러 그는 “아베를 비롯한 일본 정치가들은 흔들리는 체제에서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며 “문제는 이 시도들이 실패할 때마다 기존 체제의 해체를 바라는 파국적 욕망이 자란다는 점”이라고 했다.

우치다 교수는 “기존 체제를 개선하지도 극복하지도 못하는 아베는 자신의 무능함을 사과하느니 상황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것을 선택했다”며 “파국적 상황이 만들어지면 아무도 실패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했다.

아베 정권이 여전히 일본 국민의 지지를 받는 이유에 대해 우치다 교수는 “일본에도 수출규제에 대한 보도는 있지만 정책의 적절성에 대한 비판적 논평은 없다”며 “일본인 대부분은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수출규제에 대한 충분한 정보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따위 나라 무너져버렸으면 좋겠다’며 아베에 공감하는 세력이 의외로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출 규제가 더는 심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아베가 한국에 대한 강경자세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무능함을 숨기고 ‘기존 지지자의 이탈을 막는 것’”이라며 “이미 참의원 선거가 끝난 상황에서 새 지지자를 획득할 가능성도 없는 정책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어 “곧 구실을 만들어 제재완화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분석의 근거로 일본 재계와 아베 정권의 관계를 거론했다. 그는 “일본 재계는 한국과 무역이 단절되면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내심 수출규제는 반대하고 있다”며 “지금 재계가 참는 것은 한국과의 무역단절로 잃는 것 이상을 아베 정권으로부터 받아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익을 주는 아베 정권을 지속시키기 위해 일시적 손해를 감수한다는 뜻이다. 우치다 교수는 “재계는 아베로부터 ‘선거가 끝나면 제재를 그만두겠다’는 약속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의 개입으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에는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우치다 교수는 “미국은 한·일 관계가 ‘우호적인 동맹 관계를 형성하지 않을 정도로 적대적’이길 바란다”며 “미국은 한·일 어느 쪽이든 편드는 법이 없다. 분열을 통한 지배는 그들의 전통적인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베 역시 미국이 어느쪽 편도 들지 못할 것을 확신하기 때문에 싸움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치다 교수는 “새 질서를 만들 힘도, 비전도 없는 아베 정권은 엉망진창의 파국을 기대한다”며 “나만 망하는 것은 싫다. 모두가 함께 망하면 내 무능력도 비난받지 않는다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아베 정권이 파국의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우치다 교수는 “한국 정부라도 지금처럼 이성적인 대응을 유지해야 한다”며 “양국 국민 간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것이야말로 아베가 원하는 바다”고 말했다.

우치다 교수는 일본의 대표적인 사상가다. 『사쿠라 진다』, 『속국 민주주의론』, 『반지성주의를 말하다』 등의 저서를 통해 일본 우경화와 정치 문제를 지적해 왔다. 지난달 서울 연세대에서 강연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도 우치다 교수의 ‘무한책임론’을 인용하며 존경을 표한 바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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