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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회담보다 더 주목받는 文·黃 '90초 창가 밀담'의 진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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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들과 회담 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들과 회담 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18일 '창가 90초 밀담'에선 과연 무슨 말이 오간 걸까.

18일 청와대 여야 5당 대표 회담에서 세간의 또 다른 관심사는 공식 회담 이후 예정에 없던 문 대통령과 황 대표 간의 90초 밀담이었다. 황 대표는 19일까지도 입을 다물고 있다. “그냥 대통령과 잠깐 이야기를 나눈 거로 해달라"는 전날(18일) 설명이 전부였다.

황 대표는 회동을 마친 뒤 가진 주요 당직자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서도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한 한국당의 한 의원은 “당에서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 슬쩍 질문한 사람이 있었지만, 황 대표는 묵묵부답이었다"고 전했다.

추측만 무성한 가운데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황 대표에게 1대1 회동을 전격 제안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황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런 제안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그저 통상적인 얘기를 주고받았다"고만 했다.

이토록 깜짝 90초 밀담에 관심이 쏠리는 건 정치적 맥락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여야 5당 대표와의 회담을 공식적으로 제안한 건 두 달 전인 취임 2주년 KBS와의 대담(5월 9일)에서였다. 하지만 황 대표는 이를 거부하고 단독회담을 요구했다. 이 와중에 선(先)다자 후(後)단독이냐, 3당 교섭단체 회동이냐 등 회담 방식을 두고 청와대와 한국당은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다 15일 황 대표가 5당 대표 회동에 전격 응하자,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이 화답하는 차원에서 '90초 밀담'을 하면서 1대1 회담까지 전격 제안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90초 대화에서) 1대1 회동 관련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라며 "그 당시에 상황은 황 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이야기를 나누자며 (해서) 잠시 있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황 대표에게 이번 회동은 대여 공개협상 데뷔전이었다. 당내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황 대표가) 나 홀로 야당 대표로 회동에 참여한 심정이었을 것”이라며 “그런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올바른 민심을 전하고 국익을 위한 근본적 해법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당의 한 초선 의원도 “사실상 1대5의 구도 아니었나. 그런 여건에서 할 말은 충분히 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용태 전 사무총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돌출 발언 등이 외교 문제를 더 꼬이게 하고 있다. 황 대표가 그런 부분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국정 책임은 엄중히 물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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