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2개월 만에 청와대를 방문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과거 청와대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는 발언을 했다.
황 대표는 18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를 방문했다. 여야 대표들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에 앞서 차담회를 가졌다. 차담회에선 안부 인사와 농담 등이 오갔다.
이날 황 대표는 자신의 제안으로 회동이 성사됐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듯 활발하게 분위기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황 대표는 2년여 만에 청와대를 찾은 것에 대한 감상을 전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차담회 장소인 충무전실의 열린 문밖을 가리키면서 “국무회의를 저 끝에서 했었는데...”라고 말했다. 국무총리 때를 회상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시절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황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2017년 5월 9일까지 청와대에서 생활했다.
황 대표는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에게 “생신이시라고 들었다”고 말을 건넸다. 이에 심 대표는 황 대표에게 “생일까지 기억하시고, 민주평화당만 챙기시나요”라고 농담했다.
황 대표는 심 대표에게 “세 번째 대표 축하드린다”고 하자, 심 대표는 “두 번째”라고 바로잡았다.
심 대표가 이에 “생신이 언제냐”고 묻자 정 대표는 “정전협정일”이라고 답했다. 정 대표 생일은 오는 27일이다. 정 대표는 “엄마 배 속에 있다가 전쟁이 끝났다는 얘기를 듣고 나왔다”고 말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들어 처음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황 대표는 정 대표가 휴대전화로 통화 하는 모습을 보며 “전화 통화가 가능한가 보죠? 전에는 안 됐던 것 같은데…”라고 했다. 청와대 내부는 경호상의 이유로 통신이 제한될 때가 있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에게 “가끔 (청와대) 들어오시나요”라고 물었고, 이 대표는 “네. 당정 회의할 때”라고 답했다.
정동영 대표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정 실장. 힘드실 텐데 회춘하셨어”라고 하자, 정 실장은 “그럴 리가 있겠나”고 했다. 외교관 출신인 정 실장은 정 대표가 열린우리당 당의장으로 있던 2004년 17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한 인연이 있다.
오후 4시. 문재인 대통령이 충무전실로 입장해 정 대표, 이 대표, 황 대표, 손 대표, 심 대표 순서로 악수했다.
이어 문 대통령과 각 당 대표들은 곧바로 인왕실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은 각 당 대변인과 당 대표 비서실장 등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당 대표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겠다고 밝히며 모두발언을 짧게 마쳤다. 이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 차례였으나 순서를 양보하면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순서로 모두발언을 한 후 이 대표가 맺음말을 했다.
오후 4시에 시작한 회동은 예정 시간을 1시간 넘긴 오후 7시에야 끝났다. 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황 대표는 회동이 끝난 직후 1분30초 동안 단둘이 창가에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오후 6시 59분쯤 회동이 끝난 뒤 다른 당 대표들이 나가며 정리 분위기에서 문 대통령과 황 대표는 인왕실 창가에서 1분 30초간 얘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회동이 길어지자 “저녁 시간을 비워놨으니, 같이 저녁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자”고 5당 대표들에게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황 대표가 “일정이 있어서 함께 못하겠다. 다음에 하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