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봉급「한자리인상」설득력 없다|기업임금과 격차 크고 물가상승으로 적자 못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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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부에서 발표한 하반기경제종합대책의 내용중 내년도 공무원봉급과 추곡가인상을 한자리 숫자로 억제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참고 참아왔던 힘없는 하위공무원과 농민들에 대한 푸대접으로밖에 해석할수 없다.
그렇다고 우리경제의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하는말은 아니다. 대미통상 마찰로 인한 개방확대, 부동산투기, 물가불안, 계속되는 무역적자, 그칠줄모르는 노사분규등이 매스컴에 보도될때마다 우리경제에 대하여 아픈 마음을 금할수 없다.
이러한 어려운 시기에 공무원 봉급이나 추곡가를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공무원 봉급이 더 이상 정부의 선전문구가 돼선 안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약속을 저버리고 한자리 숫자로 묶는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조처라고 생각한다.
공무원 봉급을 현실화해야하는 이유는 첫째, 민간기업의 임금상승률이 거의 20%선에 이르고 그에따른 소비자 물가가 한자리 숫자를 위협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때 공무원 봉급의 한자리숫자 인상은 실질 임금상승률의 마이너스란 「적자가계」 결과를 가져온다.
둘째, 정부는 그동안 셀수 없이 공무원 봉급의 대폭적 인상을 약속해 왔지만 물가등 경제여건에 밀려 어느 해도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셋째, 왜 소비자 물가가 이렇게 올랐는가에 대한 전체적인 분석없이 공무원봉급인상은 곧 여타 민간기업 임금 상승의 가이드라인이 된다는 식의 고지식한 발상이다.
상류층의 무분별한 과소비 풍조와 소비향락산업의 번창및 부동산 투기등에 대한 적절한 조치없이 공무원 임금인상이 타 산업의 임금인상을 유발해 소비자물가인상을 낳는다는 식의고정관념이 애꿎은 농민과 공무원만의 희생을 강요하는 악순환적인 정책결정을 낳고 있다고 본다.
넷째, 정부는 전체 공무원을 대변하는 자는 고위직 공무원이란 지극히 관료적인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그들이 하위직 공무원들의 어려운 고충과 여건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한번만이라도 생각해봤는지 묻고 싶다.
따라서 내년도 봉급인상의 한자리숫자는 제2,제3의 공무원노조결성을 몰고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할 것이다.
전체 공무원들의 사기가 이 나라 발전에 얼마만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를 생각해 볼때 공무원봉급인상에 대한 정부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권용익<서울 강서구 공항동658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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