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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자사고 없애도 강남 쏠림 없다" vs 입시 전문가 "성급한 판단"

중앙일보

입력

교육부 세종청사 전경 [연합뉴스]

교육부 세종청사 전경 [연합뉴스]

자사고(자율형사립고) 폐지와 '강남8학군'은 과연 어떤 관계가 있을까. 자사고 교장·학부모를 중심으로 "정부가 자사고를 폐지하면서 강남행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교육부는 "자사고를 폐지해도 '강남8학군 부활'은 없을 것"이라면서 "정부 정책과 무관하게 이미 자사고 인기는 하락 추세"라고 반박했다.

16일 김성근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일각에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면 '강남8학군'이 부활한다고들 지적하는데, 사실관계를 따져보면 이는 과도한 우려이자 오해"라고 말했다. 자사고에 대해서는 "일반고보다 등록금이 3배 이상 비싼 학교이자 사교육 유발 요인"이라고도 비판했다.

교육부 "타지역서 강남 고교 배정 4.1% 불과"   

일반고 배정 때 강남 선호 나타나지 않은 이유로 교육부는 두 가지를 내세웠다. 첫째는 서울의 일반고 배정 현황이다. 서울은 일반고를 3단계로 나눠 배정하는데, 1단계는 학군과 관계없이 서울 전체 고교 중 가고 싶은 2개교를 지망할 수 있다. 이때 학교별로 정원의 20%를 추첨으로 뽑는다. 여기서 배정이 안 되면 2단계로 가는데 이때는 거주지 학군 내에서 원하는 학교 2곳을 지망할 수 있다. 학교 정원의 40%를 역시 추첨으로 선발한다. 마지막 3단계는 교육청 강제 배정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군과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는 1단계 지망에서 타 지역 학생이 강남구와 서초구로 배정된 경우가 4.1%(2018년 기준)에 불과했다. 반면 타 학군에서 종로구·중구·용산구 고교로 배정된 학생은 39.8%였다. 교육부는 이 데이터를 통해 "강남 선호에 대한 우려는 현실보다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입시 전문가 "자사고 없어지면 강남 지원 늘 것" 

하지만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부 해석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신동원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전 휘문고 교장)는 "많은 학부모가 고교 배정을 앞두고 이미 강남·서초로 이사를 온다"면서 "학군 내에서 안정적으로 고교를 배정받기 때문이지 결코 인기가 덜해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사고 입학담당 교사는 "일반고 1단계 배정 시기는 자사고 전형 시기와 겹친다"면서 "자사고 지원자들은 1단계 배정에서는 배제됐다가, 자사고에서 떨어졌을 때 2단계 배정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자사고가 없어지면 기존 자사고 지원자들이 강남·서초의 일반고를 지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지금까지 자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강남 일반고 지원자가 적었던 셈"이라고도 덧붙였다.

우수학생 몰린 강남 일반고, 대입에 불리할까

교육부는 "현실적으로 대입에서 강남8학군 학생들이 불리하다"는 입장이다. 학생부종합전형 등 대입 전형이 다양해진 데다 수시전형에서 중요한 평가 지표가 되는 고교 내신이 상대평가로 매겨지기 때문에, 성적 상위권자가 많은 강남·서초구의 고교로 진학하는 게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같은 이유로 우수 학생이 집중되는 자사고 지원율이 최근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서울지역 자사고 모집 경쟁률은 2015년 1.5대 1, 2016년 1.8대 1이었다가, 지난해와 올해 모두 1.1대 1로 낮아졌다.

신동원 이사는 "자사고 지원율이 떨어진 것을 인기 하락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자사고 폐지'를 내걸었고 교육청이 이를 실행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떤 학부모가 마음 놓고 자녀를 자사고에 진학시킬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또 "자사고에 대한 선호도는 재학생 만족도를 통해 평가해야 한다. 거의 모든 자사고의 재학생 만족도 조사 결과는 만점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입시전문가들은 강남 일반고가 대입에서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2022학년도부터 대입 전형에서 수능 성적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정시 비율이 30%로 늘고 수시는 축소된다"면서 "정시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학군이 강남이란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2025학년도에 고교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도입을 준비 중이다. 이 소장은 "이렇게 되면 강남 일반고의 유일한 약점으로 꼽히는 '과도한 내신 경쟁'마저 사라진다"고 말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하나의 교육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며 "교육부는 자사고 폐지 정책 효과를 성급하고 단순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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