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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타 매매로 허수주문한 메릴린치에 제재금 1억7500만원

중앙일보

입력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 [사진 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 [사진 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가 메릴린치증권에 1억7500만원의 회원 제재금 부과 조처를 내렸다. 거래소는 미국 시타델증권의 초단타 매매 주문 창구 역할을 한 메릴린치가 허수성 주문 수탁을 금지하는 시장감시 규정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16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메릴린치(메릴린치인터내셔날엘엘씨증권)가 시장감시규정 제4조 제3항을 위반했다며 회원제재금 1억75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메릴린치는 미국계 헤지펀드 시타델이 코스닥 시장 수백 개 종목을 대상으로 불공정 초단타 매매를 하는 동안 그 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초단타 매매는 고성능 컴퓨터를 활용해 1초에 수백에서 수천번의 주문을 낼 수 있게 한 알고리즘 매매의 일종이다. 대량 주문을 순식간에 취소하는 등의 방식으로 허수주문을 내 시세 조종 등 불공정 거래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메릴린치에 대한 제재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메릴린치에 대한 제재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주가 시세를 조종하는 메릴린치를 제재해 달라는 청원 게시글이 수십건 올라오기도 했다. 거래소는 지난해 6월 시타델에 대한 감리에 착수한 뒤 그해 10월 메릴린치 서울지점에 출장해 감리를 실시했다.

거래소 감리 결과 메릴린치는 시타델로부터 2017년 10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약 8개월간 총 430여개 종목에 대해 6220회(847억원어치) 허수성 주문을 수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수성 주문에는 투자자(시타델)가 회원(메릴린치) 명의로 거래소 전산시스템에 직접 주문을 전송하는 DMA 방식의 알고리즘 매매가 활용됐다.

거래소에 따르면 시타델은 특정 종목의 가장 높은 매도호가에 걸린 주문량을 전부 사들여 일반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유인하고 호가가 오르면 보유 물량을 팔아 시세차익을 얻은 뒤 이미 낸 허수성 호가를 취소하는 등의 행위를 반복해왔다.

거래소는 알고리즘거래를 통한 허수성 주문이 시장 전반에 걸쳐 대규모로 광범위하게 이뤄졌다고 봤다. 메릴린치가 해당 기간 동안 시타델로부터 수탁한 거래는 약 80조원어치였으며, 시타델은 이를 통해 2200억원대의 매매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시타델의 일부 종목 거래에 대한 시세조종 혐의 등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에 대해서도 매매심리를 실시했다. 그 결과는 지난달 18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에 통보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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