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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피할 수 있을까…떨고 있는 강남 재건축 3만여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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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집값이 다시 꿈틀대는 서울 주택시장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임박했다.

집값이 다시 꿈틀대는 서울 주택시장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임박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다가오고 있다. 김현미 장관이 지난 26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처음 제기한 이후 잇따라 언급하며 시행에 쐐기를 박았다.

민간택지 상한제 5대 쟁점

서울 집값이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을 중심으로 다시 들썩이는 가운데 주택시장은 정부가 꺼낸 민간택지 상한제에 긴장하고 있다.

관건은 세부적인 시행 기준이다. 특히 상한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하는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세부 기준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적용 지역

현행 민간택지 상한제는 정부가 지정하는 지역에서만 시행하게 돼 있다. ‘전국’에서 ‘지정 지역’으로 2015년 4월 바뀌었다.

정부가 민간택지 상한제 적용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할 것 같지 않다. 전국 대상은 현 정부의 ‘맞춤형’ ‘선별적’’핀셋’ 규제 정책에 맞지 않는다. 여기다 전국에 적용하려면 국회를 거쳐 관련 법을 바꿔야 한다. 국회가 공전하고 있는 마당에 통과 여부부터 불투명하다.

지정 지역을 유지하면서 지정 요건을 변경할 가능성이 크다. 현행 요건으로는 이른 시일 안에 적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민간택지 상한제는 3개월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2배 초과한 집값 상승률을 필수조건으로 일정한 기준의 분양가 상승률 등 3가지를 선택조건으로 두고 있다. 현재 필수조건이 지정에 부적합하다. 그동안 하락세를 이어온 집값이 앞으로 오르더라도 적어도 3개월 이상 소요된다.

요즘 논란이 되는 고분양가가 집값과 별개로 움직이고 있어 분양가 규제를 집값에 연동시킬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정 요건을 규제지역으로 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규제지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으로 현 정부의 각종 주택시장 규제 기준 지역이다. 현재 서울 등 43곳이 지정돼 있다.

대상 단지

2015년 4월 민간택지 상한제를 지정 지역에서만 적용하기로 했을 때 지정 지역 공고 이후 입주자모집을 신청하는 단지를 대상으로 했다.

2017년 11월 현 정부가 지정 요건을 완화해 민간택시 상한제를 부활하면서 적용 대상에 여유를 뒀다. 일반 아파트는 입주자모집을, 리모델링조합을 제외한 조합주택은 사업계획 승인을,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은 관리처분계획을 각각 신청하는 단지부터다. 관리처분계획은 착공과 분양 직전 세우는 분양계획이다.

이 기준을 그대로 두면 현재 강남권에 분양을 앞둔 재건축 단지는 모두 상한제를 벗어난다. 강남권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아직 분양하지 않은 단지가 3만1000여가구다. 4만2000여가구를 지어 조합원 몫과 임대주택을 제외한 8000여가구를 일반분양할 계획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규제를 피해 후분양하기로 한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와 주변 새 아파트 시세가 3.3㎡당 8000만원대인 반포주공1단지 등이다. 정부 입장에선 현 기준대로라면 대어를 모두 놓치는 셈이다.

2015년 때처럼 입주자모집 신청으로 통일하면 정부가 고분양가를 우려하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 대부분에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분양가를 제한하는 상한제는 주택사업을 좌우하는 조건으로 재건축 등 사업계획을 마무리하는 관리처분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상한제를 염두에 두지 않고 관리처분계획을 세운 단지로선 날벼락을 맞는 셈이다.

민간택지 상한제가 시행되면 재건축 대장주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은 아직 사업승인 이전 단계여서 상한제를 벗어나기 어렵다.

민간택지 상한제가 시행되면 재건축 대장주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은 아직 사업승인 이전 단계여서 상한제를 벗어나기 어렵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상한제를 공공택지에서 민간택지로 확대할 때 사업계획 승인 신청분부터 적용하기로 경과 규정을 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입주자모집 신청을 기준으로 한 것은 민간택지 상한제를 사실상 폐지한 것이어서 기준이 중요하지 않았다.

상한제 적용 기준이 어떻든 아직 사업 승인을 받지 못한 강남구 대치동 은마와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는 적용을 피하기 어렵다.

집값

분양가상한제는 집값 상승기에 분양가 상승에 제동을 걸 것은 분명하다. 2011년 6월 강남구 역삼동 옛 개나리5차가 3.3㎡당 3300만원에 분양됐다. 3년 뒤인 2014년 4월 인근 개나리6차는 상한제 적용을 받아 3.3㎡당 3150만원으로 내렸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상한제로 분양된 2013~14년 2년간 분양가가 3.3㎡당 3000만~3200만원을 유지했다. 상한제가 사실상 없어진 2015년 이후 분양가가 빠른 속도로 오르며 3.3㎡당 4000만원을 1년 만에 돌파했다.

고분양가가 집값을 자극하는 것은 맞지만 저렴한 상한제 분양가가 기존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상한제 물량이 적다. 서울 아파트가 170만가구가량인데 한해 일반분양물량은 1만~2만가구다. 한해 아파트 매매거래량 10만가구의 10~20%다. 상한제 가격이 주변 시세를 끌어내리기보다 주변 시세를 따라 올라가면서 상당한 시세차익을 안겨주는 '로또'가 됐다.

자료: 주택도시보증공사

자료: 주택도시보증공사

상한제가 집값 상승세를 다소나마 견제할 수는 있다. 재건축 단지에 상한제 영향이 크다. 상한제 적용을 받으면 일반분양수입 감소로 재건축 투자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재건축 단지 집값이 강세를 띠기 어렵다.

주택공급

상한제 분양가의 집값 견제는 단기적이고 중·장기적으로 집값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집값이 가격 통제보다 공급량에 달렸는데 상한제가 주택공급량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상한제로 분양가가 내리면 사업성이 떨어져 주택공급자가 사업을 줄인다.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일반분양수입이 줄어드는 만큼 조합원의 추가분담금이 늘어난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분양가가 3.3㎡당 1500만원 가량 내리면 추가분담금은 억대가 차이날 것으로 예상한다.

민간택지 상한제의 공급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서울이다. 서울은 공공택지가 거의 없다. 민간택지 상한제가 적용되기 전인 2000년대 초반 5만~8만가구이던 한해 아파트 입주물량이 상한제 시행 이후인 2010년대 초반 2만~3만가구로 확 줄었다. 민간택지 상한제가 사실상 사라진 2015년 이후 다시 늘어 지난해와 올해는 각 4만가구가량으로 증가했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민간택지 상한제 폐지를 추진한 주요 이유도 공급 감소였다. 당시 정부는 상한제 폐지 배경으로 “주택 건설이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급속히 감소해 2008년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며 “수급불균형에 따른 주택가격 앙등 및 서민 주거안정 저해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상한제의 공급 여파 딜레마를 알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주택정책을 정리하면서 “가격 안정을 위해 분양가를 획일적으로 규제하면 공급이 줄어드는 한편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꾼이 몰려들어 가격이 올라갔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주택 공급에 민간의 손을 빌려야 하는 구조적 상황 속에서 정부는 ‘값싼 주택 공급 촉진’이라는 난제에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고민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로또 분양 

정부는 '로또' 상한제 단지의 청약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별다른 환수장치를 두는 대신 전매제한 기간을 연장할 것 같다. 김현미 장관은 최근 "전매제한 기간을 좀 더 길게 해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민간택지 상한제 단지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70% 미만이면 전매제한 기간이 4년, 70% 이상 3년이다. 공공택지는 70% 미만 8년, 70% 이상 3~6년이다. 공공택지처럼 전매제한 기간을 세분화하거나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전매제한 기간을 늘리더라도 청약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없다. 2006년 판교 분양 때 전매제한 기간을 10년까지 늘렸는데도 청약 광풍이 불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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