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 동생 도와주려 허위 인터뷰 나섰나…강동구청장 불구속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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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서울 강동구청장이 사채업자 동생의 사기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서울남부지검은 부도가 임박한 게임회사 A사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을 인수합병처럼 꾸며 부당이득을 챙긴 사모펀드 미래에셋PE 전 대표 유모(53)씨와 같은 회사 상무 유모(45)씨, 사채업자 등 14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15일 밝혔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정훈 강동구청장이 8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정훈 강동구청장이 8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유 전 대표와 유 전 상무는 A사의 부도로 인한 손해를 줄이기 위해 사채업자들과 공모해 주식 매각을 경영권 양도로 꾸몄다. 애초 유 전 대표 등이 속한 자산운용사는 사모펀드 미래에셋PE를 설립해 A사 주식 856만주를 보유한 상태였다. 미래에셋PE는 사채업자들에게 주식을 매각하면서 서류상 B회사를 설립해 이 회사가 A사를 인수하는 것처럼 공시했다. 실제로 B사는 A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지만 이들은 마치 B사가 A사의 최대주주가 된 것처럼 공시했다.

이 과정에서 B사의 명의상 대표이사였던 이정훈(51) 강동구청장은 B사의 자금력이 풍부해 A사를 자기 자금으로 인수하는 것처럼 언론 인터뷰를 했다. 이 청장은 사건에 연루된 사채업자(B사 회장)의 형으로, 동생의 요청으로 대표이사직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를 자본시장법 위반 방조 혐의로 보고 있다. 특히 언론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 청장이 “B사는 자본금이 11억 원밖에 없는 어떻게 상장사를 인수했느냐”는 질문에 자금력이 있다는 식으로 답했다는 점에서 방조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이 청장은 검찰 소환조사에서 "사실관계 확인 없이 동생이 알려주는 대로 말했다. 인터뷰 내용이 보도될 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청장의 동생(48)은 현재 다른 사안으로 수감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미래에셋PE로부터 A사 주식을 넘겨받은 사채업자들은 이를 시장에 바로 되팔았다. 미래에셋PE가 보유하던 856만주가 시장에 풀리자 A사 주가가 평균 5000원에서 800원가량으로 폭락했다. A사가 B사에 정상적으로 인수된다고 생각했던 일반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봤다. 또 사채업자들은 A사의 최대주주가 아닌 상태에서 경영권 및 자금관리권을 넘겨받아 154억 원을 빼갔다.

서울남부지검 김범기 제2차장 검사는 "A사가 어려워지면서 투자금 회수를 못 하면 소송 등 문제가 생길 것이라 생각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런 사건에 이르게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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