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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혁신위 '손학규 퇴진, 여론조사로 가닥'…손학규 수용할까

중앙일보

입력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혁신위원회가 여론조사를 통해 손학규 대표의 거취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당 최고위원회의 결정이 남아있는 만큼 수용 여부를 놓고 당내 갈등이 재점화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바른미래당 혁신위원회는 10일 오후 3시부터 심야까지 이어진 마라톤 비공개회의를 갖고 현 지도부의 거취와 이후 지도부 구성에 대해 논의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혁신위원 9명 중 5명이 손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일각에선 K보팅 등을 이용해 손 대표의 거취를 결정하자고 했으나 다수가 여론조사의 형식으로 재신임을 묻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비대위에서는 주대환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3명의 비대위원이 손 대표의 퇴진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반면 나머지 5명은 찬성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는 당헌ㆍ당규상 안건 채택 요건(혁신위원 3분의 1 이상 요구)을 충족한 만큼 이를 조만간 최고위원회의에 정식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라고 한다.

대환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대환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앞서 바른미래당은 4ㆍ3재보궐선거 패배 후 당 지도부 퇴진을 요구하는 바른정당계와 당권파 간에 내홍을 겪었다.
손 대표는 정병국 의원이 중심이 된 혁신위 카드와 함께 “추석까지 지지율이 10%대에 오르지 못하면 자진 사퇴를 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바른정당계는 이를 거부했다. 여기에 지난 4월 25일 오신환 의원의 사법개혁특위 사보임까지 겹치면서 안철수계 일부 의원까지 손 대표 퇴진론에 힘을 실었다.

4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자 사개특위에서 사보임된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오른쪽)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맨 왼쪽은 오 의원과 교체된 같은 당 채이배 의원. [김경록 기자]

4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자 사개특위에서 사보임된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오른쪽)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맨 왼쪽은 오 의원과 교체된 같은 당 채이배 의원. [김경록 기자]

공방전을 벌이던 양측은 결국 6월 28일 당의 발전방향과 혁신과제를 수립하는 당 혁신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으로 일시 휴전에 들어갔다. 8인으로 구성된 혁신위에 당의 진로와 관련해 지도체제 개편 등 모든 방안을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하고, 안건을 채택해 최고위에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혁신위의 안건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최고위에 두도록 했기 때문에 ‘반쪽’ 혁신위라는 우려도 나왔다.

비대위가 손 대표의 거취를 여론조사 형식으로 결정하기로 한 데는 손 대표 측의 반발을 최대한 줄여 최고위원회의 승인을 받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여론조사를 통해 재신임을 묻는다면 손 대표에게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라며 “여론조사 결과 손 대표에 대한 재신임이 우세하게 나온다면 오히려 당 장악력이 확고해지고, 당분간 지도체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손 대표의 퇴진을 기정사실로 하는 방안이 최고위에 올라갔을 때 손 대표 측에서 반발해 기각된다면 혁신위도 무력화되고 당도 내홍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혁신위로서는 진행 과정과 결과에 대한 내상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고른 셈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손 대표가 이미 수차례‘퇴진 불가’를 공언한 만큼 수용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치권 관계자는 “바른미래당이 이미 4월 사법개혁특위의 사보임 문제로 사실상 내전을 치렀는데 여기서 또 혼란이 야기된다면 민심에서 완전히 멀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성운·성지원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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