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2017년 11월 '국정원 수사방해 사건' 수사를 받던 중 투신한 고(故) 변창훈 검사에 대해 8일 인사청문회에서 입을 열었다. 말을 하던 중 손을 떨고 울먹이며 얼굴이 일그러지기도 했다.
장제원 "윤석열 정말 잔인한 사람"
변 검사는 윤 후보자의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이자 서울대 법대 후배로 윤 후보자에겐 막냇동생같이 가깝게 지내던 검사였다.
윤 후보자는 이날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변 검사를 언급하며 "윤 후보자는 정말 잔인한 사람"이라고 하자 "정말 하고 싶지 않았던 수사였다, 정말 그랬다"고 말했다. 윤 후보자의 40초간 답변에서 '정말'이란 단어가 5차례 반복됐다.
이후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사 윤석열과 검사 변창훈이 이렇게 갈라설지는 꿈에도 생각 못 했을 것"이라며 "이 비극을 만들어낸 건 정치"라고 하자 윤 후보자는 뜸을 들이고 침을 삼키며 "의원님 말씀 유념해서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후보자의 벌겋게 상기된 얼굴은 울음을 참는 듯 순간 일그러지기까지 했다.
윤석열 '정말' 단어 5차례 반복…손 떨기도
이날 청문위원의 질의가 시작되면 하던 말을 멈췄던 윤 후보자는 변 검사에 대해선 장 의원의 말을 끊어가며 답변을 이어갔다.
윤 후보자는 "국정원 직원들이 구속된 상황에서 내 식구 감싸주기를 하냐는 그런 것 때문에…정말 괴로웠다"며 "당시 상가는 못 갔지만 그런 일이 있었던 뒤 한 달 동안 앓아누웠다"고 말했다.
변 검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에 파견된 기간(2013년~2015년) 검찰의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윤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며 수사를 지휘했고 2017년 11월 변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변 검사는 서초동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영장실질심사 1시간 전 투신해 사망했다. 당시 그의 빈소에는 윤 후보자가 아닌 문무일 검찰총장이 찾아 조의를 표했다.
장 의원은 이날 청문회장에서 변 검사의 장례식을 보도한 뉴스 영상을 틀며 "이런 수사를 한 윤 후보자가 어떻게 일선 검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수사를 지휘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앞으로 이런 불행한 일 없도록 하겠다"
영상에는 변 검사의 유가족들이 윤 후보자를 원망하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영상을 본 윤 후보자는 "검찰 구성원과 잘 화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장 의원은 변 검사와 함께 기무사 정치개입 사건 수사 중 투신한 고(故)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영장실질심사 출석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장 의원은 당시 이 전 사령관의 손에 차여진 수갑을 언급하며 "이 전 사령관에게 꼭 수갑을 채웠어야 했느냐"고 물었다. 윤 후보자는 "변명 같아 수사 과정에서 불행한 일을 겪으신 분들에게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다"며 "앞으로 이런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겠다"고 답했다.
장 의원의 질의가 끝난 뒤 여야 청문회 위원들은 서로 고성을 지르며 변 검사의 투신에 대한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윤 후보자에게 "사죄를 해라"고 하자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사죄를 해야 하는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상규 국회법제사법위원장이 두 의원에게 "발언권을 얻고 말을 하라"고 지적하자 다시 김종민 의원이 "어떻게 윤석열이 죽인 겁니까 말이 됩니까"라고 반발했다. 여 위원장이 "왜 과거 정부 이야기를 끄집어내냐"며 고성이 오갔다.
이날 변 검사에 대한 윤 후보자의 발언을 들은 두 검사의 연수원 23기 동기인 전관 출신 변호사는 "변 검사가 그렇게 된 뒤 연수원 동기들이 모두 안타까워했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윤 후보자가 당시 앓아누웠다는 말은 전해 들었지만 사안의 민감성 때문인지 윤 후보자가 연수원 동기들에게 별도의 입장을 밝힌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