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청문위원 전원이 수사대상···윤석열 청문회, 한국당의 고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유한국당은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8일)를 나흘 앞둔 4일 검사 출신의 김진태 의원을 청문위원으로 합류시켰다. 원래 법제사법위 소속이었던 정갑윤 의원은 정무위로, 정무위 소속이었던 김진태 의원은 법사위로 ‘원포인트 사·보임’을 한 것이다. 김 의원은 이날 “윤석열은 제가 잘 안다. 청문회가 기다려진다”며 5일 윤 후보자 관련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한국당은 '송곳 검증'을 하겠다고 공언(公言)한다. 그러나 자칫 공언(空言)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윤 후보자 측 청문회 준비단에서도 청문회 무사통과를 낙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문위원 전원이 수사대상=이 같은 배경엔 후보자 검증에 나서야 할 국회 법사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 모두 현재 검·경 수사 선상에 올라와 있다는 역설적 상황이 있다.

여상규 위원장을 비롯해 김도읍·김진태·이은재·장제원·주광덕 등 한국당 법사위원 6명 전원은 지난 4월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대치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정의당으로부터 특수감금, 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당했다.

때문에 한국당 내에선 각종 의혹 제기와 답변 요구 등을 통해 날을 세워야 할 청문위원들이 향후 자신의 목줄을 쥘 수도 있는 ‘예비 검찰총장’을 상대로 제대로 된 공세를 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윤 후보자를 낙마시킬 확실한 한방 없이 공격하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패스트트랙 당시 고발된 의원들에겐 ‘국회선진화법’이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법의 처벌 조항은 세다. 이 법을 위반해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5년간, 집행유예 이상을 선고받으면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국회의원으로선 부담이 큰 조항이다.

더구나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래 이 법이 적용된 전례가 없는 만큼, 정치권에선 향후 수사 지휘자의 의지에 따라 법의 적용 수위가 결정될 거란 걱정도 있다.

◆황교안 변수=당내에선 청문회 불똥이 자칫 황교안 대표로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후보자는 2013년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이던 당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팀을 이끌었는데,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윗선의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적 있기 때문이다. 당시 윤 후보자는 “황교안 장관도 (외압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후 윤 후보자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을 맡은 사실도 한국당으로선 부담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황 대표에 대해 윤 후보자가 어떤 정보를 가졌는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산되긴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황 대표를 청문회 증인으로 세우려 한 것도, 이번 청문회가 황 대표에 대한 공세 장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때문에 이번 증인 채택에서 한국당이 제시한 13명 중 4명만 최종 여야 간 합의된 데 대해, 일각에선 “민주당의 황 대표 증인 신청 목소리를 막으려 한국당이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윤 후보자는 여야 청문위원들이 요구한 청문회 서면답변서를 마감 시한인 5일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대한 윤 후보자의 입장과 처가의 재산 증식 과정의 위법성 여부, ‘코드 인사’ 등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