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가는 길 세대교체 급하다, 급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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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위한 마라톤이 시작됐다. 화두는 '세대교체'다.

독일 월드컵에서 우승한 이탈리아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28.3세다. 준우승팀 프랑스(평균 28.4세) 역시 평균 연령이 28세가 넘는 '늙은 팀'이었다. 이들에게는 세대교체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탈리아는 루카 토니와 알베르토 질라르디노 등 공격진만 독일 월드컵 이전에 세대교체가 이뤄졌을 뿐 전력의 핵심인 수비진은 4년 뒤를 기약할 수 없다. 중앙 수비수로 뛰었던 파비오 칸나바로(33)와 마르코 마테라치(33) 등 수비진 대부분이 30세를 넘긴 노장이다.

프랑스는 세대교체에 실패한 팀이었다. 감독 레몽 도메네크가 2004년 부임 이후 강력하게 추진한 세대교체가 독일 월드컵 지역예선의 부진으로 좌초됐고 이때 다시 불러들인 지네딘 지단(34).릴리앙 튀랑(34).클로드 마켈렐레(33) 등이 주축이 돼 독일 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했다. 주전 멤버들로만 따지면 이탈리아와 프랑스 대표팀 평균 연령은 30세를 훌쩍 넘는다.

이들이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독일 월드컵의 영광을 잇기 위해서는 남은 4년 동안 반드시 세대교체에 성공해야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 팀이었던 미국, 16강에 올랐던 일본은 신예 발굴을 게을리해 독일 월드컵에서 실패한 사례다. 연속 우승에 실패한 브라질은 호나우두(30)와 카푸(36).호베루트 카를루스(33) 등의 대체 선수를 찾아나서야 한다.

반면 젊은 얼굴들로 대표팀을 꾸려 독일 월드컵에 참가했던 팀들은 2010년에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루카스 포돌스키(21).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22).필리프 람(23) 등이 팀의 주축으로 떠오른 독일이 대표적인 예다. '황금세대'를 무대 뒤로 퇴장시킨 채 4위를 차지한 포르투갈, 독일에 아깝게 져 8강에 머물렀지만 '마라도나의 아이들'로 톱니바퀴 조직력을 선보인 아르헨티나도 남아공 월드컵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된다. 이외에 젊은 주전들로 16강을 통과한 네덜란드.스위스 등도 4년 뒤 무서운 팀으로 성장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조재진과 김동진.이호를 제외하고는 2002년 멤버들을 주축으로 독일 월드컵을 치렀다. 한국팀의 가장 큰 약점인 수비 불안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대형 수비수를 키우는 작업이 시급하다.

남아공 월드컵은 최초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월드컵이다. 독일 월드컵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아프리카와 아시아 팀들이 다시 위력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사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독일 월드컵에서 실종된 '공격 축구'가 남아공에서는 부활하기를 기대한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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