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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측근 양정철 원장이 “우리 김세연 원장 부럽다”고 한 이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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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이 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여야 정책연구원장들과 오찬회동을 가졌다. 왼쪽부터 김정진 미래정치센터소장,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 홍경준 바른미래연구원장. <국회제공>

문희상 국회의장이 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여야 정책연구원장들과 오찬회동을 가졌다. 왼쪽부터 김정진 미래정치센터소장,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 홍경준 바른미래연구원장. <국회제공>

“그럼 여의도연구원은 한국당의 혁신본부가 되겠습니다.”

2일 여야 5당 정책연구원장 오찬 회동 직후 자유한국당 소속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이 한 답변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양정철 원장은 민주연구원을 총선의 병참기지로 삼겠다고 했다”고 하자 보인 반응이었다.

이어 모습을 드러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김 원장의 ‘총선혁신본부’ 얘기를 듣곤 이같이 말했다.

“(웃으며) 아유. 그게 더 멋있는데요. 우리는 뒤에서 이렇게 공급하고 백업해드리는 병참기지에요. 혁신본부는 깃발 들고 앞에 나가는 건데 멋있어 보이는데요. 우리 김세연 원장 부럽네요.”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앞쪽)이 지난 10일 경남도청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만나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앞쪽)이 지난 10일 경남도청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만나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사람을 비롯한 여야 정책연구원장들은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하에 첫 오찬 회동을 했다. 여야 5당의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원이 지금껏 관심을 받은 경우는 드물었다. 정책개발이나 연구 활동 등 업무가 정적이기에 ‘은둔의 부설 기관’이란 별칭도 있다. 하지만 최근 달라졌다. 민주당의 민주연구원과 한국당의 여의도연구원이 경쟁적으로 조직 정비에 나서고 활동 폭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연구원의 수장도 뉴스의 중심인물이다. 양정철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는 정치하지 않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을 2012년 정치의 길로 끌어냈다. 2017년 대선 문재인 캠프 후보 비서실 부실장으로 있으면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대선 승리 후엔 정권 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야인’이 돼 2년 동안 국내외를 떠돌았지만, 누구도 그가 '실세'란 데 토를 달지 않는다. 그의 행보 하나하나가 관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달 들어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등을 연달아 만나 공동정책개발에 나서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오른쪽 첫번째)가 지난 10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자유시민정치박람회’에서 함께 참여한 같은 당 의원들과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소속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오른쪽 첫번째)가 지난 10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자유시민정치박람회’에서 함께 참여한 같은 당 의원들과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맞수인 3선 중진의 김세연 의원도 야권에선 ‘차세대 주자’로 오랫동안 주목받아왔다. 18대 국회에서는 소장 개혁파 의원들의 연구모임인 ‘민본21’에서 간사를 맡았으며, 19대 국회에서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 활동하는 등 개혁적 보수파로 분류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탈당해 바른정당을 꾸렸다가 올 초 한국당에 복당했다.

원장에 취임한 뒤 영등포 당사에 있는 기존 사무실 외에 공유오피스 위워크(Wework)의 6인실 사무실을 두 달 기한으로 계약해 화제를 모았다. 20~40대를 대상으로 하는 토크콘서트도 진행 중이다. 연구원 내부적으로는 수평적 호칭을 도입하는 실험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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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 바른미래당의바른미래연구원(홍경준), 민주평화당의 민주평화연구원(천정배), 정의당의 정의정책연구소(김정진) 등도 정책 경쟁에 가세하는 분위기다. 이날 오찬 자리에도 함께했다.

양정철 원장은 회동 후 기자들에게 “아주 좋았다. 총선을 앞두고 정당끼리 대립할 수 있지만 함께 노력할 수 있는 분야들에 대해선 의견 일치를 봤다”며 “정책으로 협력하고 정책으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 대변인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여야 협치에기반한 국회 운영을 위해 국회 미래연구원과 정당 정책연구소가 초당파적 어젠다를 설정하고 토론과 합의를 통한 대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회 신뢰도 제고 방안’ 등을 공동 연구 주제로 추진한다고 한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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