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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양정철의 종횡무진, 관권 선거일까 아닐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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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친문 실세’로 불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지난 달 14일 공식 취임 이후부터 늘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언론에 보도될 뿐 아니라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공격 소재가 되고 있다.
한국당은 양 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비공식 만남(5월21일)이 알려진 후부터 줄기차게 ‘관권 선거’ 의혹을 제기해왔다. 양정철 체제의 민주연구원이 최근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연구원들과 연이어 정책 협약식(MOU)을 맺는 데 대해선 “공무원 줄 세우기”라고 비판했다. 급기야 당내에 조작ㆍ관권선거 TF를 만들었고 본격적으로 ‘양정철 때리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관권선거 TF에서 활동할 예정인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1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TF가 본격 가동되면 여당의 관권선거 의혹을 규명할 많은 제보가 들어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 원장은 “총선 앞둔 제1야당의 무리한 정치 공세”라며 예정된 일정들을 소화하고 있다. 관권선거 논란의 핵심 쟁점들을 짚어봤다.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앞쪽)이 10일 경남도청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만나 포옹하고 있다. 양 원장은 이날 ’경남이 정책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앞쪽)이 10일 경남도청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만나 포옹하고 있다. 양 원장은 이날 ’경남이 정책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①정책 협약식 문제되나=관권 선거의 사전적 정의는 국가 기관이나 권력자가 선거에 개입하고 영향을 미치는 행위다. 통상적으로 집권 여당이 지방자치단체와 정책적으로 협력하는 것 자체를 관권 선거로 보기는 어렵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당의 정책연구소와 지방자치단체가 출연ㆍ설립한 연구원이 직무상 행위의 일환으로 선거와 무관하게 정책협약을 맺는 것만으로는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선관위는 “다만 활동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영향력을 행사하여 특정 정당의 선거공약을 개발하는 등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경우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조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양 원장이 민주연구원을 총선 승리의 병참기지로 규정했고, 총선 전략의 일환으로 MOU를 맺는 거라면 당연히 관권 선거에 해당된다”며 “더 확실한 사례들이 나오면 제재를 가하는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오른쪽)이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경기연구원과 민주연구원의 공동연구협력 MOU에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오른쪽)이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경기연구원과 민주연구원의 공동연구협력 MOU에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②한국당이 공세를 퍼붓는 까닭은=민주연구원 관계자는 “각 지자체와의 정책 협력은 예전부터 계속 추진해오던 건데 일부에서 갑자기 문제 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각 정당의 싱크탱크나 지자체 연구원들의 활동은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한국당에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양정철 체제의 민주연구원이기 때문에 더 문제 삼는 것임을 부인하진 않는다.
물론 양 원장의 모든 언행을 문 대통령의 의도와 연결짓거나 관권 선거로 규정하는 건 무리가 있다. 양 원장과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기 싫다며 훌쩍 떠났다가 당의 설득으로 돌아온 건데 상식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양 원장은 "모든 일정은 당 최고위에 보고하고 각 지자체와 조율을 거쳐 결정된다"며 "제 개인의 정치적 플레이로 해석하는 건 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곽 의원은 “양 원장이 문 대통령과 가깝다는 건 누구라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고, 다른 사람들은 쉽게 만날 수 없는 국정원장과 단체장들을 줄줄이 만나는 것만 봐도 본인이 지닌 정치적 힘을 내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시청에서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과 민주당 산하 민주연구원의 공동연구협약에 앞서 환담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시청에서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과 민주당 산하 민주연구원의 공동연구협약에 앞서 환담을 하고 있다. [뉴스1]

③총선까지 영향 줄까=관권 선거 논란이 내년 총선까지 지속되면서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양 원장의 행보와 한국당의 대응은 그 자체로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을 뿐 표의 확장성은 약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 원장은 주변에 “제가 선거판을 흔들 만큼 영향력 있는 사람인지 모르겠다”며 '마이웨이'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한국당은 관권선거 TF를 통해 견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양 원장의 행보 자체를 관권 선거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오해의 여지를 남긴 점은 있다”며 “여당이 지역에 예산을 투입하거나 정책 지원을 하는 것 자체가 불법적이진 않지만 드러내지 않고 결실을 맺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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