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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율 오른 게 최저임금탓? 경총의 '외눈박이 통계'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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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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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체의 자료는 밀도가 높은 편이다. 명확한 근거와 일반화가 가능한 통계, 복합적인 분석이 녹아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일 낸 자료는 이런 경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밑도 끝도 없이 "모든 건 최저임금 때문"이라는 식으로 보여서다.

[현장에서] "최저임금 16.8% 올라 건강보험료 4.58% 늘어" #2017년 최저임금 7.3% 올랐을 때 보험료 동결 #상관관계 없는 것까지 "모두 최저임금 탓"해서야 #최저임금 결정 임박한 시점…여론전보다 정도 걸어야

경총은 이날 '최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국민경제적 부담 현황'이란 자료를 냈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이 국민경제에 전방위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요지다. 여기까진 수긍 못 할 수준이 아니다.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국민이라면 직·간접적으로 느끼는 부분이다.

경총의 자료라면 체감 수준이 아니라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한데 그게 아니었다.

이 자료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회보험료가 증가했다는 부분이다.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고용보험 같은 것이다.

경총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6.8% 오른 2018년 건강보험료율이 2.04% 상승했고, 부담액이 4.58% 상승했다. 전년에는 1.7% 인상률에 그쳤는데 2.8배가량 불어났다는 얘기다. 장기요양보험료율은 12.7% 인상돼 부담액은 17.83% 올랐다.

경총은 이런 통계를 내세워 "최저임금 인상은 보험재정 지출 증가를 초래하며 결국 기업과 근로자의 사회보험료 부담 증가로 귀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금이 오르면 부담액수가 늘어나고, 임금이 줄면 부담액도 감소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게 아니다. 건강보험료율를 따져보자. 2011년 건강보험료율은 전년보다 5.9% 올랐다. 경총이 제시한 2018년의 2.04%보다 요율이 더 높다. 그해 최저임금은 전년보다 5.1% 오르는 데 그쳤다. 최저임금이 7.3% 올랐던 2017년에는 보험료율 인상분은 0%(동결)였다. 최저임금과 건강보험료율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는 셈이다.

오히려 지난해 전체 근로자의 임금상승률이 5.3%였다. 그러니 보험 부담액도 그만큼 늘어난다고 보는 게 맞다. 최저임금 때문에 요율이 오르고, 그에 따라 부담액이 늘어난 게 아니라 임금상승에 따라 불어난 셈이다. 국민연금 보험 부담액이 지난해 5.27% 증가한 것도 마찬가지다.

건강보험료율이 지난해 확 오른 것은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각종 암이나 첨단 장비를 활용한 건강검진과 치료, 임플란트까지 건강보험으로 가능하게 했다. 치료에 필요한 의학적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작업이다. 건강보험 적용대상이 늘어나면 부담요율도 오르게 마련이다. 최저임금의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최저임금 때문에 요율이 올랐다고 보기 힘들다.

더욱이 건강보험료율은 가입자 단체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참여해 결정한다. 가입자 단체에는 두 노총과 경총, 중소기업중앙회, 외식업중앙회 등이 참여한다. 경총이 이날 자료에서 주장한 것을 그대로 옮기면 그동안 건강보험료율을 최저임금을 잣대로 삼아 올렸다는 말이 된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에 대해 경총 고위관계자는 "대한의사협회에서 낸 자료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종사자의 인건비가 늘어 운영상 어려움을 겪는다고 적시돼 있다"고 말했다. 명확한 근거 없이 특정 단체의 의견을 좇아 최저임금 때문에 건강보험료율이 확 오른 것으로 자료를 작성했다는 얘기다.

경총은 노사관계를 다루는 경제계 대표 단체다.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수집하고, 분석해 일반에 제공하고 설명하는 것은 경총의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최저임금 결정 시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근거도, 일반화시킬 통계도 없는 주장을 펴는 것은 개운치 않다. 일각에선 경총의 이날 자료를 두고 "경총 답지 않다"며 의아해한다. 신뢰는 자료 하나를 분석해도 다각적이어야 하고, 내부 토론도 치열해야 얻어진다. 그런 경총의 모습이 이날 자료에선 안 보여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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