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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vs 집필자…초등 6학년 사회교과서 불법 수정 책임 공방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초등학교 6학년이 사용한 사회교과서가 무단으로 수정된 것과 관련해 교육부와 집필자간의 법정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에서 만들어진 국정 교과서. [중앙포토]

지난해 초등학교 6학년이 사용한 사회교과서가 무단으로 수정된 것과 관련해 교육부와 집필자간의 법정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에서 만들어진 국정 교과서. [중앙포토]

지난해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사용한 사회교과서의 불법 수정 여부를 두고 교육부와 집필 책임자 간의 법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교과서 무단 수정 의혹을 제기한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면서다. 국정교과서 수정 권한을 가진 교육부가 절차에 따라 교과서를 수정했는데, 박 교수를 이를 불법수정이라고 주장해 교육부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이유다. 하지만 교과서 무단 수정 혐의로 교육부 담당자를 불구속 기소한 검찰의 수사 결과와는 배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상수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교과서 무단 수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지난해 초등학교 6학년이 사용한 사회교과서는 2009 교육과정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정했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집필자인 박용조 교수에게 수정을 요청했지만 박 교수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었다”며 “이에 다른 집필 책임자와 집필진이 동의해 수정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검찰의 수사 결과와 상반되는 내용이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2017년 9월 교육부 A과장은 B연구사를 통해 박 교수에게 교과서 내용을 수정토록 지시했다. 그러나 박 교수가 이를 거부하자 수정작업에서 배제했고, 그 대신 부산교대 C교수가 대신 수정을 맡도록 조치했다. 이 과정에서 A과장은 출판사 직원을 통해 서류를 가짜로 만들고 박 교수의 도장을 임의로 찍도록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사문서위조교사 등)를 받고 있다. 다음은 이 정책관과의 일문일답.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해 초등학교 6학년이 사용한 사회교과서가 수정된 이유가 뭔가.
교과서는 교과별 교육과정을 토대로 개발되고 교육과정과 교과서는 내용상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2016~2017년 사용한 초등학교 사회교과서는 2009 개정교육과정에 맞지 않게 기술된 내용이 있었다. 2009 초등 사회과 교육과정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기술됐는데, 2016년 6학년 1학기 사회교과서에는 ‘대한민국 수립’으로 돼 있었다. 지난해 이 부분을 교육과정에 맞게 다시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수정했다.
교과서랑 교육 과정이 맞지 않는데, 당시에 이를 바로 잡지 못한 이유가 뭔가.
정확한 내용은 현재 파악 중이다. 다만 박용조 교수 인터뷰 내용을 보면 2015 개정교육과정에 ‘대한민국 수립’으로 돼 있어서 미래에 적용될 교육과정을 앞당겨서 반영했다고 하더라. 원래 2015 개정교육과정은 올해부터 적용하는 게 맞다.
집필진이 임의로 수정했는데 교육부는 몰랐다는 건가. 2016년 수정에 교육부도 개입했나.
2016년 수정된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확인 중이다. 하지만 당시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하지 않고 ‘대한민국 수립’으로 수정한 것은 전 정부의 정책에 의해서 수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청와대 지시가 있었나. 누가 지시한 것인지 파악이 됐나.
그 부분은 문서상으로 확인이 안 된다. 2015 개정교육과정이 나오면서 이를 앞당겨 반영해서 고친 것만 파악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가 지난달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이뤄진 교과서 수정은 적법하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가 지난달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이뤄진 교과서 수정은 적법하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박용조 교수와 계약이 이뤄진 건 언젠가.
2012년 10월이다.
박용조 교수가 계약을 위반했다고 보나.
편찬기관은 국정도서 위탁계약에 따라 성실하게 수정·보완에 응할 의무가 있다. 박용조 교수도 교육부 장관이 내용 수정을 요구할 때 이를 수용해야 하지만 그는 본인 의사에 따라 이를 거부했다. 교육과정 전문가이면서 본인이 쓴 교과서가 교육과정에 위배되도록 수정했고,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학계의 중론을 거부했다. 
박용조 교수 관련 소송 진행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법적 대응 위해 법률자문을 받고 있다. 박 교수는 교과서 수정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으로 참여하지 않았고, 교과서 집필진이 수용해서 교육과정과 일치시켜 사용하게 된 것이다. 박 교수가 문제를 제기한 것은 맞지 않는다. 어느 정도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야당은 교육부가 불법으로 수정했다고 주장한다. 담당연구사가 집필진 도장을 몰래 찍었나.
사실이 아니다. 출판사에서 수정 관련 서류를 제출했을 때 도장이 찍혀 있었다. 누가 찍은 건지 확인하지는 못했다.
국정교과서 수정은 보통 어떻게 이뤄지나.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제26조에 따르면 교육부 장관은 교과용도서의 내용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 국정도서의 경우에는 이를 수정할 수 있다. 하지만 편찬기관을 존중하고 관련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수렴을 한다. 보통 전문가·집필진의 수정·보완협의회 후 자문위원과 수정보완심의회의 서면검토와 심의 등을 거쳐 최종 수정이 이뤄진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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