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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IOC 위원 2명 됐지만 어수선한 체육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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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김지한 스포츠팀 기자

김지한 스포츠팀 기자

한국 스포츠가 2년 만에 2명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보유하게 됐다. 이기흥(64) 대한체육회장이 지난 26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제134차 총회에서 IOC 위원으로 선출됐다. 유승민(37) 선수위원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외교관으로 활동하게 됐다. 한국인으론 역대 11번째 IOC 위원이다. 한국은 2017년 8월 이건희 위원이 사임한 뒤로 다시 2명의 IOC 위원을 가진 나라가 됐다.

무보수 명예직으로 알려진 IOC 위원은 세계 어디서든 국빈 대우를 받는다. 국제 스포츠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올림픽 개최도시 선정, 정식종목 채택은 물론 최근엔 전 세계 선수와 지도자 인권 개선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중책을 비(非) 체육인인 이 회장이 맡았다.

이기흥 IOC 위원. [연합뉴스]

이기흥 IOC 위원. [연합뉴스]

이 회장은 2000년 대한 근대5종경기연맹 부회장을 맡아 체육계와 인연을 맺은 뒤 20년 만에 국내 스포츠를 대표하는 인사가 됐다. 대한카누연맹, 대한수영연맹 회장을 역임한 뒤 2016년 대한체육회장에 오른 이 회장은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국제 스포츠계에 이름을 알렸다. 지난 2017년 IOC 위원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뒤 재수 끝에 영광을 안은 이 회장은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우리 국민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하계 올림픽을 안방에서 성공적으로 치러낸 한국 스포츠는 이 회장의 IOC 위원 선출을 계기로 스포츠 외교를 강화할 좋은 기회를 마련했다.

그러나 체육계에서 이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2017년 6월엔 자신을 IOC 위원 후보로 ‘셀프 추천’해 논란이 됐고, 지난해 평창올림픽 땐 자원봉사자에게 막말을 했다가 ‘갑질 논란’을 일으켰다. 취임 직후부터 측근 챙기기 인사에 체육회 일부 직원의 기강 해이 문제가 불거졌고 올해 초엔 체육계 성희롱과 폭행 논란이 이어졌지만, 그는 체육계 수장으로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IOC 위원 2명 시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불투명하다. 이 회장은 국가올림픽위원회(NOC) 회장 자격으로 IOC 위원에 선출됐다. 내년 12월에 열리는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떨어지면 그 즉시 IOC 위원직을 잃게 된다. 만약 재선에 성공한다면 64세인 이 회장은 IOC 위원 정년(70세)까지 6년간 활동할 수 있다. 1년 반이 될지, 6년이 될지는 이기흥 ‘IOC 위원’에게 달렸다.

국내 스포츠계가 어수선한 상태에서 그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민관 합동으로 출범한 스포츠 혁신위원회는 최근 스포츠 기본법 제정을 권고하면서 체육계 혁신을 주문하고 나섰다. 이기흥 회장은 산적한 국내 현안부터 꼼꼼히 챙겨야 한다.

김지한 스포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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