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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안합니다” 학생들 앞에서 무릎꿇은 완산여고 교사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5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여자고등학교 강당에서 완산학원 소속 교사들이 전교생을 앞에 두고 학교재단의 비리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

25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여자고등학교 강당에서 완산학원 소속 교사들이 전교생을 앞에 두고 학교재단의 비리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

"정말 미안합니다"

전주 완산학원의 완산여고 교사들이 학생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53억원 횡령사건'으로 학생들이 받았을 충격에 미안한 마음을 담아서다. 완산여고 교사 20여명은 25일 학교 강당에 모인 학생 300여명 앞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였다. 박창석 완산여고 교장은 "진심을 담은 말을 전하려고 한다"며 사과문을 읽었다.

박 교장은 "학교와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을 때 바로 학생들에게 학교 입장에 대해 안내했어야 했는데, 감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차일피일 미룬 걸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여러분들이 받았을 충격에 대해 교장으로서 진심을 담아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허리를 굽혔다.

이어 "학교가 올바르게 정상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여러분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고 함께 나아가는 교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 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발전적인 학교 방향에 대해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지 교사들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해주고, 교사들도 열린 자세로 학생들 의견을 수렴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해서 반복했다. 그러면서 "모든 교사가 더 열심히 적극적으로 (학교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한 번 더 믿어주면 고맙겠다"고 호소했다.

박 교장이 사과문 낭독을 마치자 박 교장과 교사 20여명은 학생들 앞에 일렬로 서서 고개를 숙였다.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을 향해 절을 하거나 무릎을 꿇었다. 한동안 울먹이는 교사도 있었다.

이에 "괜찮아"를 연호한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며 오히려 선생님들을 응원했다.

25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여자고등학교 강당에서 완산학원 소속 교사들이 전교생을 앞에 두고 사과를 하고 있다.[뉴스1]

25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여자고등학교 강당에서 완산학원 소속 교사들이 전교생을 앞에 두고 사과를 하고 있다.[뉴스1]

최근 완산학원 설립자와 학교 관계자등은 학교 자금과 법인 자금 5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전주지검은 지난달 28일 완산학원 설립자이자 전 이사장인 A씨와 사무국장 B씨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완산여고 행정실장이자 A씨의 딸인 C씨, 현직 교장·교감 등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A씨는 학교와 재단 자금 등 총 53억 원을 빼돌리고, 승진과 교사 채용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B씨와 C씨는 A씨의 지시로 불법 과정에 적극개입한 혐의다. 전북교육청은 이번 주 중에 이사 승인 취소 절차를 밟는 등 학교 정상화 작업에 나섰다.

완산여고 교사들에 따르면 이날 사과문 발표 자리에 부정을 저지른 일부 교사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한 교사는 "애초 이날 자리에는 완산여고 교사 전체가 참여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출장 등의 이유로 20여명만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날 완산여고에 앞서 오전에는 완산중학 교사들도 전교생 앞에서 직접 사과 입장을 밝혔다. 완산중·완산여고 교사들은 학부모들과 함께 '완산학원 정상화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학교정상화를 위한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오전, 현 완산학원 이사장을 만나 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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