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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설에 술렁이는 검찰…“수사권조정 드라이브 포석”

중앙일보

입력

문무일 검찰총장(왼쪽)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제4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무일 검찰총장(왼쪽)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제4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상기 장관을 이을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법무부 장관으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검이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방향의 검경 수사권 조정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크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한층 강력한 인사권 행사로 검찰을 장악하려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앞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되면서 기수 파괴 인사가 현실화된 데다 검찰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조 수석이 법무장관 물망에 올랐기 때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박 장관이 후임 장관에 대한 인수인계를 준비하는 것 같다”고 선했다.

수사권조정 새 국면 맞을 수도

조 수석은 지금까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한 검찰개혁을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 4월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 수사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자 페이스북에 ‘새로운 시작’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조 수석은 이 글에서 “의회주의적 타협의 산물”이라고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지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검찰 안팎에서 조 수석의 법무장관 기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수사권 조정에 대한 그의 완고한 태도 때문이다. 지방의 한 검사장은 ”집권 초기부터 문 대통령이 말한 검찰개혁이 이런 식의 ‘코드인사’로 이뤄질지는 몰랐다“며 ”국회에서 수사권 조정이 속도가 나지 않으니 국회와 직접 접촉이 많은 법무장관 자리에 조 수석을 앉히려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만약 수사권 조정이 조 수석의 뜻대로 통과되면 법무부와 검찰 지도부는 검사들의 신뢰를 잃게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현재 논의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검찰의 반발이 거세니까 이를 무마하고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인물이 법무장관으로 임명될 것 같다”며 “조 수석이 적격일 것 같지만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 공정성 우려"

조 수석이 현 정권의 핵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만큼 차기 법무장관에 임명됐을 때 검찰의 정부‧여당 관련 수사가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권재진 민정수석이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야당이던 민주당은 “민정수석이 법무장관에 지명된 건 초유의 일이다”며 비판했다. 당시에도 법무‧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 문제가 제기됐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조형물 '서 있는 눈'에 비친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 [뉴스1]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조형물 '서 있는 눈'에 비친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 [뉴스1]

한 부장검사는 “원칙적으로 인사와 수사는 별개의 문제지만 검사 입장에서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법무장관과 완전히 뜻을 달리하는 건 힘든 일이다”고 말했다.

법무부 근무를 오래 한 검찰 간부 출신의 변호사는 “검찰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공정성인데 조 수석이 법무장관으로 임명되면 그 가치가 지켜질지 모르겠다”며 “검찰개혁을 강조하면서 정치적 코드가 명확한 인물에게 법무부를 맡기는 건 어불성설이다”고 꼬집었다.

검찰 일부는 기대…"공개적 논의는 긍정적"

한편 조 수석의 법무장관행을 기대하는 의견도 있다. 한 검찰 간부는 “법무장관은 국회 등에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얘기할 수밖에 없는 자리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방향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하게 이뤄져 방향성을 제대로 잡을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중립성은 검사 스스로가 인사를 고려하지 않는 용기를 갖고 확보해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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