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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바지 입게 해주세요”…충북공무원 노조 복장간소화 촉구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의 반바지 출근이 허용된 2012년 6월 서울 남산 시청별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자유복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시의 반바지 출근이 허용된 2012년 6월 서울 남산 시청별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자유복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중앙포토]

30도 안팎의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근무 중 반바지 착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직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경기도 공무원 반바지 착용 허용에 충북서도 요구 #노조원 “여직원 치마도 허용하는데 반바지도 허용해야” #충북도 “반바지·슬리퍼·찢어진 청바지 바람직하지 않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충북공무원노동조합 게시판에 최근 반바지 착용을 건의하는 글이 올라왔다. ‘여름, 그리고 반바지’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 노조원은 “관행이라고 덮어두기에는 무더운 여름. 공무원의 반바지 착용 의견을 듣기 위한 설문조사를 건의한다”고 요구했다.

경기도가 7~8월 두 달간 공무원의 반바지 착용을 자율화하는 내용의 복장 간소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충북도 동참하자는 취지다. 경기도는 지난달 10일부터 22일까지 경기도 공무원 복장 간소화 방안(반바지 착용) 관련 온라인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1621명 중 80.7%가 찬성했다.

‘폭염 속 업무능률이 향상에 도움이 된다’ ‘깔끔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된다’는 등이 주된 이유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7~8월 시범적으로 시행해보고 문제가 없으면 계속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서울시(2012년)와 수원시(2018년)는 공무원들의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 17일 충북공무원노동조합 게시판에 여름철 반바지 착용을 건의하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충북공무원노조 홈페이지]

지난 17일 충북공무원노동조합 게시판에 여름철 반바지 착용을 건의하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충북공무원노조 홈페이지]

충북공무원 노조에서 제기한 반바지 허용 글에는 현재까지 5건의 댓글이 붙었다. 모두 반바지 착용에 동의하는 의견이다. 한 노조원은 “남자 직원들 반바지 착용에 찬성한다”며 “여직원들은 치마(특히 짧은 치마)가 허용되는데 짧은 반바지도 아니고 무릎까지 오는 반바지를 못 입게 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노조원은 “여자 직원이라 치마를 입을 수 있다 해도 치마를 입으면 불편한 부분이 많다”며 “남자 직원 역시 반바지를 입으면 더운 여름을 조금이나 시원하게 날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한 노조원은 “여름만 되면 에너지를 절약하라고 국가적으로 캠페인 하는데, 반바지가 에너지 절약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몇달 강제로 시행하면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충북도는 반바지 착용에 난색을 보인다. 지난 14일 각 부서에 보낸 하절기 복장 간소화 시행 안내 공문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복장’ 중 하나로 반바지를 꼽았다. 슬리퍼와 찢어진 청바지, 과다하게 노출되거나 화려한 복장도 지양해야 할 사례로 들었다.

‘간소하고 단정한 복장’으로 노타이 정장, 콤비, 니트, 남방, 정장 바지, 면바지 등을 제시했다. 다만 주말ㆍ휴일 근무자나 재난상황실 등 24시간 근무자에 한해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다.

공무원 복장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다. 다만 각 자치단체는 ‘공무원은 근무 중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단정한 복장을 착용해야 한다’는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제1조의3)을 근거로 저마다 하절기 복장 권장사항을 만들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공무원의 품위유지와 공직 예절에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복장 간소화 방안을 마련했다”며 “권장사항이기 때문에 반바지를 입는다고 해서 징계를 받거나 인사에 불이익이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업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민 행정업무를 맡은 직원들이 반바지를 입고 근무하는 것에 민원인들이 불편한 시각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병민 충북도 노조위원장은 “행사가 있는 직원은 긴바지를 입고, 내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7~8월만이라도 반바지를 입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설문을 통해 직원들의 의견을 모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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