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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난타~ 무조건 두드려!

중앙일보

입력

'둥둥둥둥 두드둥 둥둥'

지난 4일 오후 4시30분쯤 송파구 삼전동 삼전종합사회복지관 1층 강당. 학교 수업을 마친 초교생 16명이 고몽(나무실로폰) 꽁꽁(작은 실로폰) 은몽(쇠실로폰) 두둥(드럼통) 한내(고무관).톡톡(목탁악기) 등 일반인에게 낮선 악기를 신나게 두들기고 있었다. 제멋대로 연주하는 듯했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음률이 일정한 것을 느낄 수있다.

이들은 사회복지법인 승가원 소속 삼전종합사회복지회이 지역의 초교 6학년생을 대상으로 매주 화.목요일 개설한 삼전놀이단원들이다.

이른바 아마추어 어린이 난타 공연단이다. 폭발적인 율동과 소란함으로 마치 난장판처럼 관객과 한데 어우려지는 것이 난타다. 가장 한국적이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어 한국 공연 사상 최다 관객을 동원한 난타는 더이상 전문 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두들기는 시원함'으로 초교생은 물론 40대 주부, 60~70대 실버 등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취미활동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삼전놀이단은 지난해 8월 초교 6학년생을 대상으로 6개월 과정을 개설했다. 당초 집단 공연활동을 통해 학교폭력을 예방해 보자는 취지였으나 신청자가 넘쳐 일반 학생들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지난 2월 1기생 11명을 배출한데 이어 현재 2기생 16명이 참여하고 있다. 2기생들은 3개월간 도시형 대안학교 하자의 소리놀이터 멤버인 준(여.19)과 삼바(16) 등 전문 강사 2명으로부터 악기 다루는 법과 몸벌레(공연 도중 펼치는 몸 동작)을 배운 뒤 현재 대학생 자원봉사자의 지도를 받으며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이들은 8월23일 자신들이 직접 작곡한 '오렌지 트럭','해파리 춤'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휘자 역할을 맡은 장현옥(12)양은 "난타 연습을 하려면 친구들과 한마음이 되야 하기 때문에 우애도 좋아지는 것같다"며 "비록 서툴지만 우리가 만든 곡으로 공연을 한다고 생각을 하니 절로 신이 난다"고 말했다. 김범진(12)군은 "악기를 신나게 두드리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고 학교 생활에도 도움이 되는 것같다"며 "앞으로도 취미로 난타를 계속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실제 1기생들은 난타 동아리 '놀아봐'를 결성, 지역 축제 참여와 야외 공연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송파구 마천복지회관은 놀토(쉬는 토요일)에 맟춰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거나 사회성이 낮아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상담 프로그램 형태로 난타팀 '두드리'를 운영하고 있다. 잠실6동 주부 난타팀은 삶의 활력을 충전하기 위한 취미생활로 출발해 지역 봉사까지 활동 영역을 확장시킨 대표적인 케이스다. 2004년 2월 창립 당시 20여명에 불과했던 회원수가 현재 50여명으로 늘어나면서 초.중급반으로 나눠 매주 화.목요일 잠실6동사무소 1층 문화센터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30~60대 주부들로 구성된 이 팀은 동네의 각종 행사에 단골로 초청받는 것은 물론 각 언론사에서 주최하는 마라톤 대회에서 길거리 공연을 펼치는 등 지금까지 30여 차례 공연을 한 프로급 문화 공연팀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정희(46)팀장은 "난타는 가정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주부들에게 취미활동으로 최고다"며 "연습과 공연을 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대인 관계도 좋아진 것같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결성된 송파노인복지회관의 '실버 난타스'는 말 그대로 60~70대 노년층으로 구성된 난타 동아리다. 15명의 회원중 절반 이상이 교사 출신인 회원들은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만 되면 어김없이 복지회관 지하 1층 강당에 모여 연습을 한다. 고령이어서 아이들이나 젊은이들과 달리 리듬을 타는 것이 쉽지 않지만, 악기를 두드리는 표정만큼은 진지하고 흥겹다. 초교 교장으로 정년 퇴임한 황준웅(72.송파구 문정동)씨는 "근력이 달려 힘이 들기는 하지만 악기를 마음껏 두드리다보면 흥이 절로 나고 젊은이가 된 것같은 기분이 든다"며 "더불어 일상 생활도 활력이 넘치고 즐거워졌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들이 연주하는 악기는 대부분 생활주변에서 발생하는 폐품을 재활용한 것이다. 파이프.PE휀스.자동차 휠.드럼통.페트물병 등은 물론 건설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각종 안내판를 악기로 활용하고 있다.

삼전놀이단 회원 어린이들은 폐고무와 페트물병을 활용해 직접 악기를 만들어 연주하고 있다. 삼전복지회관 임현정(25.여) 사회복지사는 "일상 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있는 용품을 재활용해 만든 악기를 활용해 장단을 맞추다보면 절로 상쾌해진다"며 "특히 욕구해소를 하는 취미활동으로는 제격이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난타
= 한국의 전통 가락인 사물놀이 리듬을 소재로 주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코믹하게 드라마화한 비(非) 언어극 형태의 공연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흥겹게 관람할수 있어 1997년 10월 초연부터 좌석점유율 110%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한국공연 사상 최다 관객동원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1999년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최고의 평점을 받은 이후 일본.영국.독일.미국.오스트리아.이탈리아.대만.호주.러시아.중국.네덜란드등 세계 각국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가졌다.

이같은 인기를 토대로 2004년 2월 아시아 공연물로는 최초로 뮤지컬 본고장인 미국 브로드웨이에 전용관을 설립, 무기한 장기공연에 돌입하기도 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서울의 10대 볼거리'에 선정됐으며, 연간 외국인 관람객이 30여 만명에 이를 정도로 명실상부한 한국의 대표적 문화관광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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