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후6일] 북한 미사일 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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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북한 김정일 정권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6일이 지났다. 북한이 쏜 미사일 7발은 동북아의 군사전략적 균형에 심각한 충격파를 줬다. 김정일 정권의 미사일은 금융 제재와 대북 압박에 나서고 있는 미국을 겨냥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기대하는 '1대1 대화'를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반면 일본은 미사일 발사의 최대 수혜국으로 떠올랐다.

◆ 군사대국화 가속화하는 일본=일본 정부는 미사일 발사를 동북아에서 군사.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일본은 미사일 발사 직후 준비한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 미국의 지원 속에 독자적인 대북 경제제재를 단행하는가 하면, 중국과 러시아를 몰아붙이며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주도하고 있다.

아소 다로(生太郞) 일본 외상은 8일 농담을 섞어 "김정일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일본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일본은 '선제공격론'까지 들고나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과 아소 다로 외상,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방위청장관은 10일과 9일 기자회견에서 "적 기지를 공격하는 것도 자위권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며 "일본 국민과 국가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연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호섭(중앙대 국제관계학과.현대일본학회장) 교수는 "일본의 군사력 증강은 한반도의 이익에 반하는데 미사일 발사는 일본 군사대국화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그런 의미에서 김정일은 반민족적"이라고 말했다.

이미 일본의 군사력은 독도는 물론 한반도 어느 곳에도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한 것으로 정보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김현기(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군사강국인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자국의 안보와 관련된 상황이 발생하면 미.일 안보조약을 근거로 한국과 협의 없이도 충분히 개입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엉거주춤한 한국=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사일 발사의 최대 피해국"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정부는 미사일 발사 이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남북관계와 한.미동맹, 한.미.일 공조 모든 면에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등 미사일 해법을 놓고는 한.미.일 공조에 이상기류마저 형성됐다. 1998년 대포동 1차 발사 때 보여준 '찰떡 공조'는 오간 데 없다. 정부의 엉거주춤한 대북정책이 지속되면 한반도 평화의 안전판인 한.미동맹이 흔들리면서 외교적 고립을 불러올 수도 있다.

정부는 북한의 '남한 무시전략'에도 불구하고 남북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19차 남북 장관급회담을 밀어붙였다. 정부 일각과 미.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서다. 이에 따라 국론은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근(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사일 발사로 정부가 국민과 우방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 가장 큰 손실"이라며 "국민과 우방의 신뢰를 얻어야 우리가 원하는 쪽으로 북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대북정책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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